[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최근 발생한 이른바 '청학동 서당 사건'으로 미인가 대안학교의 학교폭력 문제를 제도적으로 처리할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나 교육 당국, 지방자치단체에게는 관련 정책을 추진할 마땅한 '카드'가 없는 상황이다.
31일 현재 청와대 청원 사이트에는 경남 하동 서당에서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청원자들이 청원 2개를 올려 각각 7만명, 1500명이 넘는 동의를 얻고 있다.
청원자 중에는 대안학교 등 허가를 낼 때 국가가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미인가 대안학교에는 일반 학교들처럼 교육청이 관여하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가 없어 시설마다 해결책이 제각각이다. 또 일반 학교와는 달리 교육청에 학폭 처리 결과를 보고할 의무가 없다.
물론 시설 역량에 따라 학부모 위원회, 교사 위원회, 학생 위원회 등이 모여 사안 처리를 협의하는 대안학교들이 없지 않다. 또 학폭을 다루는 외부 센터와 연계해 처리하는 곳들도 있다. 그러나 체계성과 실효성 면에서 보완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제도화된 해결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9년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을 발의해 미인가 대안학교도 공교육과 비슷한 학교폭력 해결 절차를 밟게 하려고 하다가 회기가 지나 폐기됐다. 법적으로 교육청의 관리 감독 근거가 어렵다는 교육위원회의 판단이 나오기도 했다.
이후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대안교육기관법)이 오는 2022년 1월부터 시행돼 미인가 대안학교가 교육청에 등록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교육청이 미인가 대안학교를 관리할 근거가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지만, 등록은 대안학교의 선택 사항이라 한계가 있다.
학교폭력 처리 제도화를 유도할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애초에 자유롭게 만들어진 대안학교를 공교육으로 끌어들이려면 '당근과 채찍'이 모두 필요하다"면서 "급식비나 세제 혜택 같은 지원도 하지 않은채 공교육처럼 학폭위를 구성하라고 하면 말을 듣지 않을 뿐더러 교육 당국이나 정부·지자체가 개입할 근거도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초 발의할 때는 '당근'으로서 지원을 명시해 사각지대를 해소하려고 했다"면서 "소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의 이의제기 때문에 지원 규정을 모두 들어냈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의원 원안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대안교육기관에 필요한 경비와 급식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했고, 대안교육 지원센터에 경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교육 당국이 대안교육기관에 교육과정을 편성하도록 할 때에 운영 비용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게 하는 조항도 있었다.
지난 11월 소위원회 회의에서 정 의원은 국가 재정적자 및 대안교육기관의 자율성 등을 이유로 들어 경비 등 지원 조항을 모두 뺄 것을 제안해 관철시킨 바 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