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속도 내는 금융권…지배구조 개선 '숙제'

사외이사 다양성과 전문성 부족…"이사회 독립성 키워야"

입력 : 2021-04-05 오후 3:52:50
[뉴스토마토 김유연 기자] 최근 은행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지배구조 개선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는 모두 33명이다. 이들 지주는 지난달 25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기 만료를 앞둔 사외이사 26명 중 22명을 재선임했다. 신한(005450)금융지주(신한지주)의 경우 지난달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12명의 사외이사 중 6명이 재선임 됐다. KB금융(105560)은 7명 중 5명을, 하나금융지주(086790)는 사외이사 8명 중 6명을, 우리금융지주(316140)는 6명 5명을 재선임했다.
 
사외이사는 상법상 임기 6년(계열사 포함 9년)을 넘기지 않으면 대부분 유임한다. 특히 사외이사 상당수는 지주사 회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주 회장을 추천하는 회장추천위원회 위원을 이사회가 선임하다보니 한 번 회장이 되면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정관이 정한 범위 내에서 거듭 셀프연임을 해왔다. 
 
사외이사를 이런 식으로 이용하다보니 다양성과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최근 재선임된 박안순, 변양호, 성재호, 이윤재, 최경록, 허용학 등 6명의 사외이사는 관료 및 법조계 출신이 주를 이룬다. 하나금융지주에서 재선임된 박원구, 김홍진, 양동훈, 허윤, 이정원, 백태승 이사 역시 마찬가지다. 금융사들은 이들을 사실상 대관 업무 목적으로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 사외이사의 부재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내년 8월부터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 법인은 최소 1명 이상의 여성 등기임원을 둬야 한다. 현재 KB금융은 2명의 여성 사외이사(권선주, 최명희)가 있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도 각각 1명의 여성 사외이사가 활동 중이다. 우리금융의 경우 아직 1명도 없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한국은 이사회 내 사외이사가 일종의 전관예우로 간주되는 경향이 짙다"면서 “변화하는 금융환경에 맞게 다양한 경력의 사외이사를 두루 영입해 이사회 독립성과 금융경쟁력을 키워야한다"고 말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열린 제2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신한금융지주
 
김유연 기자 9088y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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