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김하늬·정기종·정서윤 기자] 국내 접종분 공급이 빠듯한 상황에서 외교라인의 ‘한·미 백신 스와프’ 추진에 대해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백신 전문가들은 백신 물량이 충분한 미국의 지원이 국내 백신 수급 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는 기대를 걸고 있다. 다만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되기도 전에 당국자의 공개가 섣부른 것 아니냐는 우려심도 견지하고 있다.
20일 <뉴스토마토>가 5인의 감염병 전문가를 대상으로 취재를 종합한 결과, 미국의 현재 상황에 비춰볼 때 ‘한·미 백신 스와프’ 체결에 대해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설대우 중앙대 약학대학 교수는 "스와프 자체는 긍정적이다. 백신을 도입한다고 하는 데는 용어가 어떻든 상관없다"고 평가했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도 "한국 입장에서는 기존 바이러스 백신이 급하다"며 "미국의 남은 백신을 우리가 가져올 수 있게 스와프 체결을 해두는 게 유리하다"고 언급했다.
이재갑 교수는 "미국은 곧 변이바이러스가 유행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이 이미 생산해 둔 백신을 우리가 받고, 나중에 우리가 변이바이러스 백신을 만들어 미국에 제공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20일 <뉴스토마토>가 5인의 감염병 전문가를 대상으로 취재를 종합한 결과, 미국의 현재 상황에 비춰볼 때 ‘한·미 백신 스와프’ 체결에 대해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최천웅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백신은 다른 약과 다르게 창고에 쌓아두고 파는 게 아니라 접종을 안하면 버려야 한다"며 "미국 3차 접종인 부스터샷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2차 접종 후 6개월에서 1년 정도 여유시간이 있다고 본다면 그 사이 우리가 백신을 빌려 쓰고 나중에 갚는다고 볼 때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한·미 백신 스와프 체결 전망과 관련해서는 조심스럽 입장을 견지했다.
최 교수는 "우리 쪽에서 예측하기는 힘들다. 우리 정부는 필요한 양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려고 노력할 텐데, 우리가 요구하는 게 있다면 미국 쪽에서도 줄 수 있는 양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엄중식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도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취해보는 건데, 방법이 맞냐 안 맞냐를 따지는 것은 별로 의미 없다"며 "손에 넣은 백신이 의미 있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 확보해서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까지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달 멕시코와 캐나다에 각각 아스트라제네카 250만회분과 150만회분을 선 지원하고, 추후 다시 같은 양의 백신을 돌려받는 방식을 택한 바 있다.
이에 반해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백신 스와프를 할 거라면 언제, 어떻게, 어떤식으로 진행할지 구체적 계획이 나와야지 '아니면 말고 식'으로 툭 던지면 국민들만 또 속이는 꼴"이라며 "백신 확보에 대해서만큼은 질병관리청에 믿고 맡겨야지 자꾸 청와대나 다른 부처가 간섭하고 끼어들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설대우 교수도 "백신 확보와 관련해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며 "직을 걸 정도의 각오도 없으면서 국민들에게 자꾸 공수표를 날리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서 "지난주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가 한국에 왔을 때 (백신 스와프) 문제에 관해 집중적으로 협의를 했다"며 양국 간의 백신 스와프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미국과의 '백신 스와프'를 협의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사진은 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19 백신. 사진/뉴시스
조용훈·김하늬·정기종·정서윤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