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의 '외교적 줄타기'…내용은 '친중' 형식은 '친미'(종합)

중국 보아오포럼 취임 후 첫 참석…"국제사회 연대협력 중요"

입력 : 2021-04-20 오후 5:17:22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미중 간 패권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사실상 '미중 줄타기 외교'에 나섰다. 중국 정부가 주최한 '보아오포럼'에 중국 입맛에 맞는 메시지를 주면서, 그 발표 형식은 미국 정부를 다분히 의식하는 형태를 취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중국 하이난성 보아오에서 열린 '2021 보아오포럼 개막식' 영상메시지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공존과 새로운 번영을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연대와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 당장에는 자국 경제를 지키는 담이 될 수 있겠지만, 결국에는 세계 경제의 회복을 가로막는 장벽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체결한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을 통해 역내 경제 협력의 속도를 높이고 다자주의에 대한 신뢰 회복과 자유무역 발전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RCEP은 아세안(ASEAN) 10개 국가 및 한국, 중국, 일본, 뉴질랜드 등이 참여한 세계 최대 규모의 메가 자유무역 협정(FTA)이다.
 
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냉전과 제로섬 방식의 사고 방식을 거부하고, 신냉전과 이데올로기 대립에 반대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했다"며 "장벽을 쌓고 디커플링(탈동조화)를 추진하는 것은 시장 규칙에 어긋나며 스스로 얻는 것은 없이 다른 이들에 손해만 끼칠 것"이라는 미국 비판 발언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여기에 문 대통령은 "코로나로 인해 글로벌 가치사슬이 재편되고, 생산·공급 시스템의 디지털화가 더욱 빨라지면서 기술 발전과 혁신에 대한 요구가 더욱 커지고 있다"며 한중일 3개국의 기술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이 역시 미국이 추진 중인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다소 거리가 있는 메시지다.
 
화상 참석 형식이긴 하지만 문 대통령의 보아오포럼 참석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보아오포럼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린다. 올해 주제는 '세계 대변화 국면', 부제는 '글로벌 거버넌스와 일대일로 협력의 강화'다. 중국 정부의 세계외교전략을 노골적으로 대변한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온·오프라인에서 함께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60여 개국에서 4000여 명의 정치인·기업가·학자·언론인 등이 함께했다. 한국과 중국, 인도네시아, 뉴질랜드, 싱가포르, 캄보디아, 몽골 등 7개국 정상이 실시간 화상 참여 또는 영상 메시지로 참석했다.
 
한편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보아오포럼 참석 공지 및 관련 보도자료 공개를 행사 시작 1시간 전인 오전 9시30분에 했다. 미처 날짜가 확정되지 않았고 5월 하순으로만 알려진 한미 정상회담 일정은 한 달 전부터 알리고 있는 것과는 다소 온도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문재인정부가 미중 간 균형외교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이 주도하는 보아오포럼에 원론적이지만 중국 입맛에 맞는 메시지를 던지며 중국과의 관계를 신경쓰면서, 행사 홍보는 최소화해 미국 측의 양해를 구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중국 하이난성 보아오에서 개최된 '2021년 보아오포럼 연차총회' 개막식에 영상 메시지를 보내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공존과 새로운 번영을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연대와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청와대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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