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하 기자] 올해 코로나19 확신이 진정되면서 억눌렸던 소비가 한번에 되살아나는 '팬트업(pent-up)' 소비 가능성이 제기됐다. '팬트업'은 억눌려져 있던 소비 개념의 일명 보복소비로 민간소비의 확대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향후 팬트업 소비 가능성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민간소비의 전년대비 감소폭(-4.9%)은 국내총생산(GDP) 감소폭(-1.0%)을 크게 상회했다.
이용대 한은 조사총괄팀 과장은 "코로나 위기는 과거 위기와 달리 경기가 부진한 정도에 비해 소비가 매우 크게 위축되는 특징이 나타났다"며 "코로나가 보건위기로서의 성격에 주요 기인한 것으로, 경기 부진에 더해 감염병 확산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방역조치 등이 소비를 상당폭 제약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면서비스의 소비 부진이 두드러졌다. 오락·스포츠(-21.3%), 교육서비스(-15.4%), 음식·숙박(-12.7%), 의류·신발(-16.5%) 등이 모두 전년보다 두자릿수 하락세를 보였다. 외국인의 국내여행과 내국인의 국외여행도 각각 64.4%, 58.5% 감소했다.
민간소비는 코로나 확산세 진정과 정부의 재정지원에 힘입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1980년대 후반 미국도 저축대부조합 위기 등 경제위기 전후로 소비가 크게 위축되면서 빠른 팬트업 소비를 발생한 바 있다.
소비 위축 등으로 가계저축이 크게 늘어난 점도 팬트업 소비로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국내 가계저축률은 2019년의 6.0%보다 상당폭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19년 7.5%에서 지난해에는 16.3%로 저축률이 급상승했다.
지난해 사회적 거리두기, 감염 우려 등 소비 제약으로 인해 나타난 소비 감소분을 계산해보면 연간 민간소비(명목)의 약 4%포인트 정도로 추정된다.
다만 지난해 소비 감소분이 어느 정도 기간에 걸쳐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코로나가 전례 없는 보건위기라는 점에서 코로나 확산과 백신 보급 상황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다.
이용대 과장은 "팬트업 소비는 올해뿐 아니라 길게는 3년 이상 나타날 수 있어 구체적인 기여도를 추정하기는 어렵다"며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면서 소비 회복이 빠르게 나타날 수도 있지만, 비교적 속도가 완만하게 나타날 가능성도 있어 불확실성은 아직 높다"고 강조했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0%가 감소했지만, 민간소비는 이보다 휠씬 감소 폭(-4.9%)이 컸다. 사진은 백화점을 방문한 시민들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이정하 기자 lj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