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검찰이 아동·청소년 성착취 영상물 제작·유포와 범죄집단 조직 혐의로 기소된 '박사' 조주빈에 대해 4일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날 서울고법 형사9부(재판장 문광섭) 심리로 열린 조씨 등 6명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흉악범인데다 범행 횟수가 다수여서 범행이 중하고 죄질도 불량하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주도해 박사방이라는 범죄집단을 만들고, 스스로 인정한 '성착취물의 브랜드화'로 최대한의 범죄수익을 창출하는 등 재범 가능성이 높다"며 "디지털 성범죄 특성상 범죄 행위 결과가 언제 끝날지, 정말로 끝날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갑자기 법정에서 자신을 공안 사건의 피해자 처럼 말해 허탈한 웃음만 나온다"며 "가늠할 수 없는 피해자의 고통이 안타깝다. 법정 최고형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조씨에 대해 전자장치 부착 45년에 압수물 몰수, 범죄수익 약 1억800만원 추징, 신상공개명령 고지도 요청했다.
조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활동명 '랄로' 천모씨에 대해서는 징역 17년에 압수물 몰수, 신상정보 공개를 구형했다. '태평양' 이모 군에 대해서는 소년법상 최고형인 장기 10년 단기 10년형, 신상정보 공개를 요청했다.
검찰은 '도널드푸틴' 강모씨에 대해 징역 16년에 전자장치 10년, 신상정보 공개를 구형했다. '블루99' 임모씨에 대해서는 징역 13년에 신상정보 공개를 요청했다.
이날 피해자들은 검찰 구형에 앞서 조씨 등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피해자는 법률 대리인이 대신 읽은 의견서에서 "조주빈 보도 이후 세계 최대 포르노 사이트에 '텔레그램 n번방'과 '박사방'이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며 "가해자를 검거한 지 1년이 지난 현재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한 피해자는 피해 사실이 알려지자 따돌림 당하다가 직장에서 해고됐다"며 "피해 지원금은 50만원만 인정돼 모멸감을 느끼기도 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는 박사방 선고를 앞두고 디지털 성범죄를 뿌리 뽑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지에 대해 중대한 기로에 섰다"며 재차 엄벌을 요구했다.
조씨는 최후진술에서 "악행으로 기록된 현재지만 생의 끝에서는 뉘우칠 줄 알았던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며 "지금의 결심이 가식이 아니라는 점을 시간 속에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미움만 베풀며 살아온 과거가 후회된다"며 "법이 처벌과 함께 기회를 준다면 그런 선택을 후회할 날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조씨는 검찰 구형 전 피고인 신문에서 범죄단체조직죄를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는 경찰 조사 당시 형사가 불러주는 대로 그린 조직도가 범죄단체조직죄 근거가 됐다고 주장했다. 따로 재판중인 강훈, 남경읍 씨를 제외하고 함께 기소된 공범들에 대해서도 "같이 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조씨 등에 대한 항소심 선고는 6월 1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조씨는 지난 2019년 5월~2020년 2월 아동·청소년을 포함한 여성 피해자 수십 명을 협박해 성 착취 영상물을 촬영하고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 박사방을 통해 판매·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성 착취물 제작·유포를 위해 범죄단체를 조직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조씨와 박사방 가담자들은 조직적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내부 규율을 만드는 등 음란물 공유 모임을 넘어선 범죄 단체를 조직했다고 본다.
1심은 지난해 11월 조씨에게 징역 40년을 선고했다. 조씨의 신상정보 공개·고지·취업제한 10년에 전자발찌 부착 30년, 가상화폐와 압수물 몰수, 1억604만6736원 추징 명령도 내렸다.
텔레그램에서 불법 성착취 영상을 제작, 판매한 n번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 씨('박사')가 지난해 3월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