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주52시간제’ 도입 만 3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게임업계의 장시간 노동 관행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달 정부 근로감독 결과에서는 한 유명 게임업체의 근로자 30%가 주52시간을 초과해 노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임산업에 대한 장시간 근로문제가 제기되면서 포괄임금제와, 유연근로제의 일종인 재량근로시간제 등 관련 제도의 개선 목소리가 높다.
9일 정부와 게임업계 등에 따르면 게임산업은 장시간 근로문제가 제기되는 등 근로기준법 위반 소지가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주52시간 상한제 시행에 따라 근로기준법상 법정 근로시간은 주 40시간이다. 노사 합의 시에는 최대 12시간까지 연장근로가 가능하다. 300인 이상 사업장에는 2018년 7월부터 적용 중으로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은 1년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내년 1월 1일부터 본격 도입된다.
다만 게임업계 상당수가 이미 주52시간제 적용을 받고 있음에도 장시간 노동은 좀 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IT위원회에서 판교지역 IT·게임 노동자를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노동자 10명 중 3명은 주52시간을 초과한 노동을 하고 있다.
업계에 만연한 크런치 모드(crunch mode)나 모바일 웍(mobile work)과 같은 관행도 지속되고 있다. 크런치 모드는 게임이나 프로그램 등 제품 출시를 맞추기 위해 야근과 특근을 지속하는 것을 말한다. 모바일 웍은 노동 시간 외에 휴대전화를 통해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김영배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노조 조직국장은 "가장 큰 문제는 포괄임금제"라며 "노동 뒤에도 연장·야간·휴일수당 등은 거의 지급하지 않아, 회사에서 장시간 노동을 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포괄임금제는 노동자가 계약을 맺을 때 일정액의 시간 외 노동 수당(제수당)을 정해 매월 기본임금에 포함해 지급하는 임금 산정 방식이다. 장시간 노동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앞서 노조가 설립된 4개 게임 회사의 경우 주52시간제와 포괄임금제 폐지 영향으로 장시간 노동 관행이 일부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포괄임금제 폐지가 만능해법은 아니다. 지난달 8일 고용부가 근로감독을 진행한 게임업체 A사의 경우, 2017년에 업계 최초로 포괄임금제를 폐지했다. 하지만 지난달 감독 결과를 보면, A사 전체 근로자 1135명의 30%에 해당하는 329명이 주당 연장근로 한도(12시간)를 초과했다. 이에 대한 체불액은 3억8000만원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재량근로제 등 유연근무제가 장시간 노동을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주고 있다는 문제제기가 나온다. 재량근로제는 근로자 자율성이 필요한 업무에 대해 노사가 합의한 경우 시행할 수 있는 제도다. 대통령령으로 해당 업종을 정하는데, 게임업계는 여기 포함돼 있다.
고용부는 이날 게입업체를 대상으로 주52시간제를 포함한 노동법 핵심사항을 안내하는 설명회를 개최하고 업계의 노동법 준수를 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주52시간제를 안착시키면서도 법상 규정돼 있는 유연근로제를 적법하게 활용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한다는 입장이다.
박종필 국장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는 만큼, 게임업계가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주 52시간제 등 노동법이 잘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9일 정부와 게임업계 등에 따르면 게임산업은 장시간 근로문제가 제기되는 등 근로기준법 위반 소지가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