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한미정상회담이 열리는 21일(이하 현지시간)을 전후로 미국 반도체 투자 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전자(005930)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계속 투자를 압박하고 있고 파운드리 경쟁자 TSMC가 미국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조만간 170억달러(약 19조2000억원)에 이르는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정상회담 경제사절단에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포함된 만큼 회담에 맞춰 가시적인 성과를 발표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아직 발표 이전이지만 미국 상무부가 회담 하루 전인 20일 열리는 반도체 회의에 삼성전자를 초청한 뒤부터 묘한 기류가 감지된다. 지난달 백악관 주재 반도체 화상회의 이후 두 번째 반도체 관련 회의 참석 요구다. 주제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에 대한 대책 마련이지만, 실상은 투자 강도를 높이라는 무언의 압박으로 비친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더구나 첫 회의에서 삼성전자와 함께 투자 요구를 받은 대만의 TSMC가 최근 적극적인 투자 의지를 비추고 있어 아직 발표 이전인 삼성으로서 더 부담스러운 상황을 맞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열린 반도체 공급망 복원에 관한 최고경영자(CEO) 화상 회의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지난달 첫 회의 이후 TSMC는 기존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 120억달러(약 13조6000억원)를 들여 5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공정 생산라인을 늘리려던 계획에 3년간 1000억달러(약 113조500억원)를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 5곳을 추가로 건설하는 내용을 덧붙였다. 최근에는 피닉스 5나노 공정까지도 3나노 공장으로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TSMC 투자 의지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대만 타이베이타임스는 17일 "TSMC가 향후 10~15년 안에 애리조나에 2나노급 차세대 반도체 공장 건립 계획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TSMC가 미국 현지에 2나노 공정을 증설한다는 내용은 전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이다. 애초 자국 내 설치하려던 2나노 공정까지 미국에 투자하는 것은 그만큼 반도체 안보를 중요시하고 있는 바이든 정부 기조에 화답하려는 자세로 풀이된다.
TSMC가 적극적으로 돈 보따리를 풀어놓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만큼 삼성전자도 미국 투자 규모를 더 늘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쟁사가 투자 규모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마냥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스템 반도체를 지속적으로 키우려는 상황에서 경쟁사 TSMC가 먼저 적극적으로 미국 투자 의지를 비추고 있어 삼성으로서는 고민"이라며 "기존 계획한 투자 규모에서 더 나아가 적어도 TSMC와 비슷한 수준을 맞출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