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기회로②)산업계·시민도 부담…기피시설 인식 전환·기술확보 관건

제조업 비중 28.4%·석탄발전 40.4%
설치 살림훼손·저주파 등 소음영향 등 반대
신재생에너지 보유 기술 절실…혁신 기반 중요

입력 : 2021-05-25 오전 6:01:00
[뉴스토마토 이정하 기자] 정부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추가 상향을 놓고 지자체, 산업, 시민사회, 연구기관 등 다양한 분야와의 실타래 풀기에 돌입한다. 올해 연말까지 국제연합(UN·유엔)에 NDC 목표치를 제출할 예정이나 산업계의 부담 등 풀어야할 과제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태양광,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자는 목소리에도 정작 ‘기피시설’로 여기면서 적잖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혁신 기반의 신재생에너지 보유 기술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도 중장기적인 난제로 지목되고 있다.
 
24일 환경부에 따르면 오는 30일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열리는 '2021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P4G 서울정상회의)'에 앞서 정부, 지자체, 산업, 시민사회, 연구기관 등이 모여 NDC에 대해 논의한다.
 
각 분야의 발 빠른 NDC 논의는 연내 2030년 NDC를 목표를 상향 제출해야하는 과제 때문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2017년 배출량 대비 24.4%를 감축한다는 목표를 UN에 제출했으나, 파리협정 목표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문제는 NDC 상향이 기업 등 산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는 점이다. 특히 국내 산업구조가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제조업 의존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석탄발전 비중도 타 국가에 비해 월등히 높다. 
 
국내 산업에서 제조업 비중은 28.4%(2019년 국내총생산·GDP 기준)에 달한다. 이는 제조업 강국이 밀집해 있는 유럽연합(11.0%)과 미국(16.4%)과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또 우리나라의 석탄발전 비중은 40.4%로 미국(24.0%), 일본(32.0%), 독일(30.0%)에 비해 최소 10%포인트 이상 높다.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계획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주요 경제단체 수장 등으로 이뤄진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달 말 세계기후정상회의 관련 논평에서 "주요국에 비해 생산과 고용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급격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우리 경제 활력과 일자리 창출에 큰 부담을 줄 우려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전통적인 화석연료 기반의 사업을 대신해 풍력, 지열, 태양광, 바이오매스, 수소 등 친환경 기반의 산업이 국내외 산업 생태계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신재생에너지 시설에 대한 주민들의 강력한 거부담도 반드시 해결해야할 과제다. 
 
친환경 발전시설로 알려진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 등은 설치에 앞서 살림훼손과 풍력발전기로 인한 저주파 등 소음영향, 산사태 발생 등의 사유로 전국 곳곳에서 설치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도 예사롭지 않다.
 
태양광발전소의 경우 전남 나주과 무안, 경기도 가평, 충북 진천, 강원도 화천 등에서 주민들이 설치를 반대하는 상황이다. 풍력발전도 마찬가지다. 부산과 경북 문경, 경남 양산과 의령 등에서도 결사 반대의 목소리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농민과 주민들은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이 들어설 경우 농산물 생산 감소, 농지 임대 철회, 투기, 환경파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상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한 정책을 추진 중이나 과거 무분별한 재생에너지 개발과 이로 인한 왜곡된 인식으로 보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기존 석탄화력발전이나 원자력발전과 달리 분산 전원인 재생에너지의 특성을 고려할 때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지역에 맞는 설치 가능 지역을 사전에 계획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신재생에너지 구조 변화 과정에서 생기게 될 공공요금 인상, 물가상승 등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 형성도 넘어야할 산이다. 정부가 2019년에 발표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따르면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40년에 30~50%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기준 재생에너지 비중은 12% 내외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기업은 화석연료 비중을 축소하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과정에서 생산 비용 증가 등에 직면할 수 있으며 동시에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은 물가상승으로 인해 국민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에 따른 대기 질, 수질 오염 등 환경적 보호 편익 측면에서 발생할 국민적 편의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초미세먼지 농도는 2019년 서울 기준 23㎍/㎥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중국 봉쇄조치 등 코로나로 19㎍/㎥으로 17.4% 감소하기도 했다. 화학물질 배출량와 이동량은 2009년대비 2018년에 각각 1.2배 2.0배로 증가하면서 아토피, 천식 등 환경성질환자 수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신재생에너지 기술 개발도 장기적으로 해결해야할 과제다. 정부는 전국 각지에 태광양 패널 공급을 늘렸지만 생산할 수 있는 전기가 미미한 상황이다. 기술적 완성도나 경제적 효율 문제에서 해결할 과제로 지적된다. 또 태양광패널 기술이 기술이 중국 등 해외의 저가 물량공세로 성숙하지 못하고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육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태양광 패널을 만드러면 패널까지 완성되는데 앞단에서 원료를 만들어야 하는데 한화, OCI 등 국내 기업은 중국에서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풍력발전도 우리 기술은 기둥정도 만들까 핵심기술은 덴마크 등의 수입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풍력발전의 감속기, 변속기 등에 우리 기술이 없다"며 "멈추고 문제가 계속 드러나도 우리 기업의 기술을 써야 발전도 하는데 그런 노력이 없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24일 정부는 올해 말까지 2030년을 목표로 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추가 상향을 검토해 국제연합(UN·유엔)에 제출할 예정이라는 점에서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경기 안산시 대부도 누에섬 일원에 풍력발전소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이정하 기자 l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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