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군 성범죄 3년간 단 1건…현황 파악부터 다 틀렸다

<뉴스토마토>여가부·국방부·국방통계연보 분석, 0건부터 785건까지 제각각
통계연보 집계로는 4년간 3배 급증, 군 관계자 "구체 내용 확인할 수 없어"
전문가들 "무지한 군…제도 다 고쳐야" 한목소리

입력 : 2021-06-06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문장원 기자] 군인에 의한 성범죄 통계가 군과 정부 내에서 사실상 엉터리로 집계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양성평등기본법에 근거한 여성가족부 조사에서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단 1건의 성범죄만 군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국방통계연보에서는 같은 기간인 2017년 456건에서 2019년에는 785건으로 증가했다고 기록했다. 통계연보만 보면 군 성범죄는 2016년(238건) 이후 4년간 무려 3배 이상 급증했다. 이에 따라 군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체계적인 관리·감독과 처벌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공군에서 여군을 상대로 한 성폭력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 가운데 군인에 의한 성범죄의 정부부처 통계가 제각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지난 3일 상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해 극단적 선택을 한 피해자의 영정 사진 모습. 사진/뉴시스
 
6일 <뉴스토마토>가 국방부, 여성가족부, 국방통계연보의 최근 5년간 성범죄 현황을 분석한 결과 부처별 집계에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여가부 통계에서는 3년간 단 1건의 성범죄가 군에서 발생한 것으로 봤다. 이는 정부가 군대내외 성범죄의 기본적인 통계에 아예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가능한 대목이다. 
 
우선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이 여성가족부와 인사혁신처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2017년과 2018년 군에서 성범죄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2019년 1건만 발생했을 뿐이다. 같은 기간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 군 성범죄만 수십 건에 달한다는 점을 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수치다.
 
또 예컨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교육부 373건, 경찰청 181건 등으로 집계된 것과도 대조적이다.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르면 국가기관은 성범죄가 발생하면 그 사실을 여가부에 통보해야 하고, 재발 방지책 역시 3개월 이내에 제출해야한다. 결국 조사기관과 부처에 따라 군내 성범죄 현황 파악이 제각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국방부가 자체로 조사한 바를 보면 2020년 182건이다. 무죄나 수사 또는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은 제외한 수치로 훨씬 더 많은 사건이 군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추측이 가능하다.
 
나아가 군인권센터가 발표한 '2019년 연례보고서'를 보면 해당년도 군인권센터가 상담한 군대 성범죄 사건은 108건이다. 유형별로는 강간 등 성폭력이 3건, 성희롱 44건, 성추행 52건, 디지털성범죄가 9건이다.  2017년은 성폭력 7건, 성추행 16건, 성희롱 20건 등 43건이었고 2018년은 성폭력 8건, 성추행 38건, 성희롱 26건 등 모두 72건이다. 
 
이 같은 차이에 대해 최연숙 의원은 "언론에 알려진 것만 봐도 그 이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텐데 1건이라는 것은 성범죄 발생 사실을 국방부가 숨긴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군내부 성범죄 추이 관련 집계. 그래픽/뉴스토마토
 
더 큰 문제는 국방통계연보를 보면 성범죄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6년 238명, 2017년 456명, 2018년 652명, 2019년 785명으로 나타나 해마다 군 안팎에서의 군인에 의한 성범죄가 크게 늘었다.  
 
방혜린 군인권센터 상담지원팀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군의 성범죄 통계 자체를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방 팀장은 "국방부가 3년 마다 실시하는 성폭력 실태 조사에서도 통계가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며 "군에서 성범죄를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성범죄에 대해 군 스스로 진단을 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방 팀장은 "사건에 대한 진단도 없는 상황에서 성범죄 피해자가 신고를 해도 이번 공군 여성 부사관 사건처럼 별일 아니라는 식으로 생각하니까 이같은 통계 결과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익명을 요구한 한 국방전문가는 "사실상 군에서는 성범죄에 무지한 상황이라고 봐도 된다"며 "사건 발생시 즉시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고 상급부대 보고 등과 같은 후속 조치를 강제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기본적인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은 당연하고 나아가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피해자를 회유·협박하거나 사건 무마·은폐 시도 자체를 강력히 처벌하는 등의 제도 전체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군인에 의한 성범죄의 정부부처 통계가 제각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공군 여성 후임 부사관을 성추행한 장모 중사가 지난 1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방부는 사실 확인 요청에 명확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의원실 자료를 저희가 맞다 틀리다라고 말할 수 없는 것 같다"며 "해당 통계 자료를 저희가 확인할 수 없지만 어느 수준까지 성희롱이나 성추행 등이라고 본 건지 인사혁신처에서 국방부에 어떤 기준으로 자료를 요구한 건지 구체적인 것을 확인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문장원 기자 moon334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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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