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 사진/한미약품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정부가 오는 2030년까지 세계적인 임상시험·신약개발 강국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가운데 최근 2년간 국산신약 명맥이 끊기는 등 초라한 성적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에도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 승인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1차 혁신성장 빅3 추진 회의를 주재하고 백신 및 신약개발 지원을 위한 인프라 확충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 중 바이오헬스 분야 골자는 오는 2025년까지 전문인력 1만명을 양성해 2030년에는 세계 5대 임상시험·신약개발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내용이다.
전 세계 다섯 손가락 안에 들겠다는 정부 청사진과 달리 지금까지 국내 신약개발 수준은 뒤처진 상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산신약은 SK케미칼(285130)이 1999년 허가받은 '선플라'를 시작으로 33개가 있다. 성분 변경 논란으로 2019년 품목허가 취소처분을 받은 코오롱생명과학(102940) '인보사'를 포함하면 34개지만, 식약처는 허가가 무효라고 판단해 국산신약에서 배제했다. 이 때문에 인보사 이후 허가받은 국산신약은 하나씩 순번이 당겨졌다.
최근 허가 현황을 보면, 2018년 CJ헬스케어(현 이노엔) '케이캡' 이후 지난해까지 2년간 국산신약으로 허가된 의약품은 없었다. 올해에는 유한양행(000100) '렉라자', 셀트리온(068270) '렉키로나', 한미약품(128940) '롤론티스' 등 국산신약 명맥을 이었다.
반면, 작년 한 해 FDA 승인을 받은 신약은 53개으로 전년 48개 대비 5개(10.4%) 증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에도 2018년 59개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신약 승인 건수다.
글로벌 시장에서 신약이 쏟아져 나오는 반면 국산신약 개발이 저조한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대표적인 요인은 자금과 신약개발 경험 부족이다.
국산신약 33호 한미약품 '롤론티스' 허가 당시 식약처가 배포한 국내 개발 신약 목록. 표/식약처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간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개발 국내·외 현황과 과제'를 보면 신약개발은 평균 15년이 걸리며 비용은 2조원가량이 투입된다.
글로벌 상위 30대 제약사로 범위를 좁히면 신약개발에 드는 비용은 약 5조원으로 뛴다. 신약의 경우 허가 이후 임상 4상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한 번 더 입증해야 하는 만큼 추가적인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국산신약 허가 경험이 있는 한 업체의 대표는 "100개가 임상에 들어가면 약은 10개가 나온다고 봐도 되는데, 이마저도 글로벌 제약사 기준"이라며 "경쟁력을 키우려면 기술력과 자금은 물론 신약개발 경험도 갖춰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임상 2상까지 진행한 뒤 데이터가 완벽하고 성과가 예측되는 신약 후보물질을 글로벌 업체에 기술수출하는 것도 자금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신약개발 강국 도약을 위한 정부 지원은 언제든 반갑지만, 실제 연구단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금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국산신약 성과가 저조했던 이유를 글로벌 시장 진출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개발 초기부터 글로벌 임상을 염두에 두고 있어 임상 진척 자체가 느려지는 추세라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확산도 허가 저해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노리는 것은 비교적 약가가 낮게 책정되는 국내 상황을 고려한 고육지책이다. 해외에서 신약으로 허가를 받게 되면 국내와는 의료보험 체계가 달라 쏠쏠한 매출과 이익을 챙길 수 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최근 국산신약 허가가 주춤했던 배경에 대해 "전략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타깃했기 때문"이라며 "특히 작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임상을 진행하는 데 제한 요소들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