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을 계기로 군사법원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군인을 일반인과 같이 민간법원에서 재판을 받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들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속속 올라왔다. 이른바 '군사법개혁'을 이룰 이 법안들은 정부안과 병합심사하면서 빈틈을 메우게 된다.
21일 법사위 제1소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심사 중인 군사법원법 일부개정법률안(군사법원법 개정안)은 △정부안 △송기헌 의원 대표발의안 △민홍철 의원 대표발의안 △권은희 의원 대표발의안 △이수진의원 대표발의안 △박주민의원 대표발의안 등 총 6건이다.
우선 정부안은 기존의 군단급 보통군사법원을 폐지하고 1심 군사법원을 국방부장관 소속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았다. 2심은 서울고등법원으로 이관해 군인의 범죄를 일반인과 같은 법으로 처벌하도록 했다. 현행 군사법원법은 부대지휘관이 법관이 아닌 일반장교를 심판관으로 임명해 재판부를 구성하거나 형량을 줄여줄 수 있어 군 지휘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문제가 지적돼 왔다. 정부안에서는 군인에 대한 재판을 한 번은 군사법원에서, 한 번은 민간법원에서 받도록 함으로써 '제식구 감싸기' 식의 판결 가능성을 낮췄다.
법원행정처는 서울고등행정법원으로 군사법원을 이관했을 때 형량을 높일 수 있는 효과를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1심에서 집행유예를 받더라도 2심에서 다른 사건과 비교해 형량을 높일 수 있다는 취지다.
또 국방부 소속 5개 재판부를 따로 만들고 순환하도록 해 판사들이 군과 밀착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판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였다.
민홍철·송기헌 의원의 대표발의안은 정부안과 유사하지만 정부안의 부족한 점을 메우고 있다. 민 의원의 안의 경우 군사항소법원을 신설해 2심을 담당하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민 의원 안에 따르면 군 재판은 신속하게 진행해야 군 안정태세를 유지할 수 있는데, 서울고등법원의 경우 맡고 있는 사건 수가 많아 재판 처리에 지연이 될 가능성이 높은 구멍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 메우기 위한 '독립된 법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송 의원안의 경우 전시, 사변 등의 상황에 한정해 군의 지휘권 확립을 위해 장성급 장교가 지휘하는 부대에 군사법원과 군검찰부를 설치하고 국방부에 고등군사법원을 설치하도록 했다. 정부가 미처 신경쓰지 못한 전시 등의 상황을 대비한 보완책인 셈이다.
권은희 의원의 안은 1,2심 모두 민간법원에서 재판을 받도록 하는 법안이다. 군인들의 범죄를 분석해보니 군형법을 위반한 경우는 15%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비군형법 위반으로 일반인들과 동등하게 재판을 받아도 크게 무리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물론 군인이 일반법원에서 재판을 받는 만큼 일반검찰이 기소하고, 전시 등 특수한 상황에서만 군검찰이 기소하도록 하는 규정도 담았다.
이수진 의원안은 2차 가해 예방에 방점이 맞춰졌다. 현행법에서는 성폭력 범죄를 전담하는 검사·경찰·재판부를 두도록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련 특례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 군사법원, 수사기관에서는 전담 검사·경찰·재판부 등을 두고 있지 않다. 전담 재판부 등을 둘 경우 이들을 대상으로 한 성인지교육 등이 시행될 예정이다. 또 오랫동안 성범죄 재판만을 담당하면서 보다 예민하게 사안을 판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박주민 의원안도 피해자 보호에 방점을 맞췄다. 박 의원안에는 피해자 의사에 따라 변호사를 선정할 수 있도록 근거법을 마련했다. 당초 숨진 중사가 국선변호사의 도움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를 시정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법사위 소위에서는 정부안과 이들 의원의 법안을 병합심사해 정부안을 보완할 예정이다. 법사위는 이날 소위에서 논의된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25일에는 전체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을 계기로 군사법원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군인을 일반인과 같이 민간법원에서 재판을 받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들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속속 올라왔다. 이른바 '군사법개혁'을 이룰 이 법안들은 정부안과 병합심사하면서 빈틈을 메우게 된다. 사진은 박주민 법제사법위원장 직무대행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군사법원법 개정 관련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통과시키고 있는 모습. 사진/공동취재사진단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