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구글이 영상·도서·오디오 콘텐츠에 대한 결제 수수료를 당초 계획의 절반 수준인 15%로 할인한다고 공식발표했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구글의 이번 조치가 '꼼수'에 불과하다며 본질은 변하지 않은 구글의 행태를 꼬집었다. 동시에 구글의 정책 시행이 임박한 만큼 국회의 빠른 행동을 촉구했다.
구글은 24일 안드로이드 개발자 블로그를 통해 "구글플레이는 개발자가 구글플레이에서 전반적으로 성장을 가속화하고 새로운 경험에 투자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기간 동안 수수료를 15%로 할인한다"고 밝혔다. 오는 10월부터 부과하는 인앱결제 수수료를 종전의 30%에서 15%로 깎아준다는 것이다.
구글이 수수료 인하 방침은 이날 공개된 '구글플레이 미디어 경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시행된다. 구글은 구글플레이 미디어 경험 프로그램을 통해 보다 많은 사용자가 안드로이드TV, 구글캐스트, 안드로이드 오토, 태블릿 등 다양한 디바이스에서 최고의 미디어 경험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다만 구글은 "개발자는 프로그램 가이드라인을 확인하고 관심있는 분야를 신청할 수 있다"고만 공지했을 뿐, 프로그램의 기간이나 적용 대상 등의 상세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임재현 구글코리아 전무가 지난해 11월 열린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공청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때문에 관련 업계에서는 구글의 일방적인 조치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다수의 이해당사자들과 어떠한 협의도 없는 독단적인 행동인 데다 15%라는 수수료의 기준도 모호하다는 입장이다.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 회장은 "15%로 인하한다는 개념 자체가 너무 막연하다"며 "기한이나 조건 등 상세 조항이 있어야 하는데 구글의 프로그램을 따라야한다는 전제조건만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장 눈 앞의 상황만 모면하고 2~3개월 후에는 다시 수수료를 올릴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면서 "인앱결제 서비스를 쓰도록 강제하는 문제의 근원은 해결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세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실장도 "구글이 대한민국 콘텐츠 생태계를 약탈하려는 야욕이 여전하다"며 "이번 조치는 사탕발림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15%로 인하한다는 것도 정확히는 15%가 아니다"라며 "몇 개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회사들이 구글 프로그램에 신청하라는 것"이라고 일침했다. 구글에게 종속을 약속한 기업들에게만 일정 기간 동안만 할인 혜택을 제공하려는 미봉책이라는 설명이다.
이들은 구글이 플랫폼이라는 강력한 힘을 갖게 되면서 이 같은 형태의 조치들이 계속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감추지 않았다. 국회가 이른바 '구글 갑질방지법'을 조속히 처리해주길 바라는 이유다.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했다. 인앱결제 관련 안건조정위는 더불어민주당 3인, 국민의힘 2인, 무소속 1인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안건조정위는 회부 안건에 대한 조정안을 재적 조정위원 3분의2 이상 찬성으로 의결한다. 조정안은 지체 없이 위원회에 보고되고 위원회는 조정안이 의결된 날부터 30일 이내에 안건을 표결해야 한다. 안건조정위 활동 기한은 구성일부터 90일로 한다.
권 실장은 "결국 해법은 구글 갑질방지법의 조속한 통과에 있다"며 "더 이상 구글이 갑질을 못하도록 법안 처리를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 회장 역시 "구글의 이번 수수료 인하 조치로 안건위에 회부된 내용이 흐지부지되서는 안된다"며 "여러 곳에서 공통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만큼 과방위에서도 신중하게 검토해달라"고 호소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