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오늘 왜 상황실에서 우리한테 전화가 안 왔지? 마침 우리가 먼저 앱을 확인했으니 제 시간에 올 수 있었지, 안 그랬으면 큰일날 뻔 했네."
23일 오후 11시가 넘은 시간에 기자와 동행한 '안심 스카우트'는 하마터면 귀가 지원을 놓칠뻔 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안심이 앱'을 통한 여성의 귀가 요청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실에서 스카우트에게 별다른 지시를 주지 않은 탓이다.
동네를 순찰하던 스카우트가 수시로 안심이 앱을 확인하지 않았더라면 기자는 영문도 모르고 신청 장소에서 우두커니 있을 뻔한 상황이었다. 안심이 앱으로 귀가를 요청하면 이 내용은 구청 상황실과 스카우트에게 동시에 알림이 간다. 상황실은 스카우트에게 동선을 컨트롤한다.
앱으로 스카우트를 만날 지하철역을 정한 뒤 신청이 제대로 됐는지 확인할 방법도 없었다. 그저 스카우트가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스카우트는 다음부터 안심 귀가를 요청할 경우 앱 보다 전화로 신청하면 더 편리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서울시가 여성 안심 귀가 지원을 위해 내놓은 스마트폰 '안심이 앱' 사용률이 저조하다. 귀갓길에 동행하는 스카우트 인력을 신청하는데 있어 전화보다 번거로움이 크기 때문이다. 여성과 스카우트를 잇는 시스템이 미흡한 것은 물론 귀가 지원 서비스에 대해 모르는 시민들이 많다는 점도 안심이 앱이 외면 받는 이유다.
24일 서울 마포의 한 지하철역에서 만난 스카우트 2인1조는 기자와 어두운 골목길을 동행한 뒤 다시 동네를 순찰하러 갔다. 사진/윤민영 기자
귀가 스카우트 연간 이용 건수 현황을 보면 안심 귀가 신청 방법 중 안심이 앱을 이용한 요청은 지난해 2.37%, 올해 1.58% 비중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전화 신청 또는 2인 1조의 여성 스카우트가 동네를 순찰하며 발견한 여성의 귀가에 동행한 경우다.
코로나19로 인해 안심 귀가 서비스 신청이 전반적으로 줄어들었는데, 안심이 앱 사용률은 더 떨어졌다. 지난해 안심 귀가 지원 건수는 월평균 1만7523건이었지만 올해는 5월 말 기준 1만5120건으로 13.7%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안심이 앱 이용률은 월평균 416건에서 239건으로 42.5%가 감소했다. 안심귀가 서비스를 전화가 아닌 안심이 앱으로 사용하던 사람이 더욱 줄었다는 얘기다.
안심이 앱이 사용률이 저조한 이유는 귀가 신청자와 스카우트 간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앱 시스템이 미흡한 탓으로 예상된다. 안심이 앱 다운로드 후기를 보면 위험 상황에서 긴급 신고로 이어지는 '흔들기 기능'이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있다. 범죄자에게 순간적으로 몸이 제압 당하면 피해자가 흔들기 기능을 사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른 사용자는 '흔들기 기능'이 오작동을 일으킬 때도 있다고 리뷰를 남겼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흔들기 횟수와 세기를 사용자의 스마트폰 환경에 맞게 설정하길 권유했다.
안심이 앱은 2017년 5월 은평·서대문·성동·동작구 등 4개 자치구에서 시범 사업으로 시작돼 2018년 5월 25개 전체 자치구로 확대됐다. 여성이 안심이 앱을 통해 귀갓길 동행 서비스를 신청하면 상황실에서 이를 스카우트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신청이 이뤄진다.
서울시는 올해 실적을 고려해 내년도 안심 귀가 지원 사업의 규모를 결정할 방침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총 500명의 스카우트가 1년 기간제로 채용됐지만 올해 이용률이 떨어지며 채용 인원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심이 앱은 소수의 이용자가 있기 때문에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 관계자는 "안심이 앱 시스템은 서울시에서 자체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각 자치구 상황실에서 여성 이용자와 스카우트를 연결하지만 앱 민원은 지속 모니터링하며 개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안심이 앱(왼쪽)에 대한 개선점을 제안하는 시민의 민원이 앱 스토어(오른쪽)에 올라와 있다. 사진/안드로이드 앱 캡처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