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현정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봉하마을을 찾아 "앞으로 당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폄훼하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봉하마을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진영 논리를 넘는 통합의 정신을 보여주며 중도층 표심을 끌어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25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방문, 노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후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이후 기자들과 만나 "권 여사께 '앞으로 우리 당에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폄훼를 정치적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다"며 "'혹시라도 선거에 임박하면 그런 말들이 나올 수 있는데 대표로서 제지할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제가 광주에서 5·18과 관련해 폄훼 같은 것들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던 것처럼, 정치적 이유로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서 공격을 하는 경우는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4일 취임 첫 날 광주를 찾았던 그는 "5·18 이후 태어난 첫 세대의 대표로서 광주의 아픈 역사에 공감한다"며 "광주 시민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또 권 여사와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노무현 정부에서 국비 장학생으로 선발됐던 일 등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도 언급했다. 그는 "권 여사님께 저와 노 전 대통령의 추억을 말씀드렸다"며 "여사님도 그런 이력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굉장히 재미있게 여기셨다"고 대화 내용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저희 집 TV 옆에 놓인 사진이 있는데, 노 전 대통령이 취임하신 직후 저를 국비 장학생으로 선발해 장학 증서를 수여하던 사진이 있다"며 "그 것을 제가 태블릿에 담아 와 여사님께 보여드렸더니 여사님도 그 때를 기억하시더라"고 전했다.
이번 방문에 대해선 "노 전 대통령이 지금까지 세우려 했던 가치나 말씀하신 어록 같은 것은 여기 오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숙지하고 있을 것"이라며 "와 보니까 그런 것들을 내재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특히 "정당 간 대립 속에서 (노 전 대통령에) 예를 다하지 못했던 부분을 겸허히 반성하게 된다"며 "노 전 대통령이 간 '어려운 길'을 따르겠다"고 강조했다.
25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찾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를 마친 후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조현정 기자 jhj@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