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외국계 투자은행(IB)이 국내 성장주에 대한 매도 의견을 제시하면서 이들 종목의 주가가 급락했지만, 최근 하락폭을 반납하고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개인의 매도 물량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나 외국계 IB 리포트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지난 5월30일(현지시간)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삼성SDI에 대해 ‘매도’ 의견 리포트를 발행하면서, 투자의견은 ‘중립’에서 ‘비중축소’로 하향 조정했다. 목표주가를 57만원에서 55만원으로 내렸다.
모건스탠리는 "배터리 업체들은 신규 진입자로 경쟁 압력을 받으면서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의 매도 리포트 발간 이후 삼성SDI 주가는 64만원에서 60만대까지 빠졌다. 그러다가 6월11일 이후 외국인 매수세가 붙으면서 이날 종가 기준 68만6000원으로 14% 올랐다.
지난 5월30일(현지시간)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삼성SDI에 대해 ‘매도’ 의견 리포트를 발행했다. 사진/뉴시스
모건스탠리가 삼성SDI에 대한 매도 추천 보고서를 낸 것과 관련, 외국인들이 오히려 삼성SDI의 주식을 사들였다는 것도 흥미롭다. 외국인들은 지난 한 달 간 삼성SDI 주식을 143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반면 개인들은 2935억원 어치를 매도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삼성SDI의 실적 방향성이 뚜렷하다며 목표 주가를 상향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2분기 영업이익은 2522억원으로 시장예상치(2483억원)을 충족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 시장에 자동차전지 공급을 확대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LG화학의 경우 크레디트스위트(CS)의 매도 리포트로 몸살을 앓았다. 지난달 26일 CS는 LG화학의 목표주가를 130만원에서 68만원으로 낮췄다. 이후 LG화학 주가는 79만1000원(5월27일)까지 떨어졌으나 이날 현재 83만9000원으로 6%가량 올랐다. 같은 기간 개인은 2000억원 가량의 LG화학 주식을 매도했고, 외국인은 5900억원 어치 매수했다.
JP모건이 금호석유의 주가 하락세 점쳤을 당시 하나금융투자는 상승세를 예견하며 상반된 의견을 내놨다. 사진/뉴시스
금호석유도 외국계 증권사의 표적이 됐다. JP모간은 지난 9일 금호석유 목표주가를 34만원에서 18만원으로 대폭 낮췄다. 금호석유화학의 수익성 피크아웃(Peak Out·고점 도달)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금호석유는 JP모건 리포트 발간 이후 20만원대까지 내려갔다가 이날 현대 21만9000원으로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은 외국계 IB와 정반대의 금호석유 주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금호석유의 목표 주가를 60만원으로 유지했고, 키움증권은 55만원을 제시했다. 현 주가대비 최대 2~3배 더 오를 수 있다는 공격적인 전망이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JP모건이 내놓은 금호석유 리포트에 대해 "수요에 대한 이해와 현 상황에 대한 명확한 해석이 없다. '감'에 근거한 주장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외국계 IB의 보고서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지만, 맹신해서는 곤란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 연구위원도 "외국계 증권사의 리포트 역시 하나의 의견일 뿐이다"며 "각 증권사에서 제시한 근거를 충분히 검토해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1 인터배터리 전시회의 포스코케미칼 부스에 자동차 배터리가 전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