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친환경 드라이브를 본격화 한
SK이노베이션(096770)이 배터리 사업의 분할을 검토한다. 향후 5년간 30조원을 투자해 회사 색을 '탄소'에서 '그린'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가운데 배터리 사업을 선두에 세우는 한편, 경쟁력 제고를 위한 독립 역시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1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은 회사 미래전략을 공개하는 스토리데이 행사에서 "파이낸셜스토리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배터리 사업의 분할을 검토하고 있다"라며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한다면 시장에서 제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는 시기를 IPO와 연계해 탄력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사업은 SK이노베이션이 목표 중인 탈탄소 전략의 핵심이 되는 분야다. 연초 신년 경영방침을 통해 회사의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친환경 에너지&소재 회사' 규정한 만큼 내연기관을 탈피한 미래 이동수단의 핵심 동력의 중요성이 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야는 회사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우겠다고 선언한 지난 2017년 5월과 비교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뒀다. 당시 60기가와트에 불과했던 수주잔량은 현재 1테라와트+α까지 성장하며 약 130조원 규모를 구축한 상태다. 이에 따라 사업 목표 역시 글로벌 TOP3에서 선두로 상향 조정한 상태다.
최근 매출 성장 속도가 연간 2배에 이를 만큼 고속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재원 투입이 불가피하고, 이를 위한 분할을 염두 중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재원 확보를 위한 분할은 아직 검토단계로 외부와의 합작사 설립, 기존 자산 매각 등 다양한 방법과 복합적으로 접근한다는 방침이다. IPO는 국내는 물론, 미국 나스닥 상장 역시 고민 중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에서 배터리 사업의 분할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 분할 시 그 시기를 묻는 질문에 김 사장은 "시점을 검토한다면 IPO시점을 언제로 볼것이냐라는 질문과 연결될 것"이라며 "배터리사업의 EBITDA는 올해, 영업이익은 내년 플러스로 전활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부분들이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시점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동섭 SK배터리 사업 대표는 "회사의 재무나 여러 부문들과 상의해야하는 문제지만 빠른 증설에 따라 매년 2조~3조원이 투자되는 배터리 부문 입장에선 리소스(자원) 충당이 우선순위가 높은 만큼 빨리 하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
배터리 사업 분할 이후 SK이노베이션의 역할과 가치 평가에 대한 우려에 대해선 중간지주사와 투자사 역할은 물론, 신규사업 개발 등의 추가적 밸류를 창출해 지주회사 디스카운트 폭을 메우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 같은 입장에도 불구,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전일 대비 8.8% 하락했다. 배터리 사업 분할에 대한 우려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이날 행사를 통해 배터리를 비롯한 석유화학 등 전 사업 부문에 걸친 탈탄소 전략을 수립, 2050년 이전 탄소배출 제로(넷 제로)를 조기달성 계획을 발표했다. 배터리 분야에선 폐배터리 리사이클 등을, 석유화학 분야에선 플라스틱 리사이클 사업 추진 등의 탄소 중립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친환경 기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