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항공업계가 수요 회복과 맞물리길 기대했던 여름휴가 특수 실종에 또 다른 대목인 추석 연휴를 기다릴 수 밖에 없게 됐다. 제한된 국제선 수요 속 국내선 수요라도 기대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4차 대유행 상황 속 이 역시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항공사들은 이달 시행된 트래블 버블에도 불구, 이렇다 할 수요 회복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트래블버블 시행 직전 하루 1000명 이상의 확산세가 본격화 되며 고개들던 여행 수요 역시 급감한 탓이다.
지난해 고난의 시기를 보낸 항공업계는 올 상반기 역시 힘겨운 버티기를 이어왔다. 국제선 수요가 전년 동기 대비 소폭 회복했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대비 90% 이상의 감소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제한된 해외여행에 국내선으로 수요가 쏠리며 2분기 기준 921만명으로 지난해는 물론, 2019년(855만명) 보다도 많은 여객을 실어 날랐지만 출혈경쟁에 수익성은 바닥을 쳤다.
때문에 트래블 버블이 시작되는 7월을 기점으로 한 하반기 수요 기대감은 항공업계에 한줄기 희망으로 작용해 왔다. 특히 LCC들은 속속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며 힘겨운 생존경쟁을 펼치고 있는 만큼 수요 회복이 무엇보다 절실했다. 하지만 이달 초 트래블 버블 시행을 코앞에 두고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으로 하루 확진자가 1000명이 넘어선 뒤, 그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29일 기준 23일째 네 자릿수 확진자 발생은 물론, 하루 2000명의 확진자 발생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2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이 승객들이 탑승 수속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에 지난 24일 사이판을 시작으로 한 트래블 버블 시행에 대한 연기 필요성도 대두됐지만, 결국 예정대로 시행되며 최악은 면했다. 하지만 최악만 면했을 뿐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과 제주항공이 24일 사이판 노선 항공기를 띄웠지만 관광객은 채 10명이 되지 않아 그 효과를 찾아보기 어려운 상태다. 후발주자로 합류하는
티웨이항공(091810)의 기대감 역시 덜 해질 수 밖에 없다.
항공업계 역시 당장의 극적인 효과를 기대하진 않았지만, 예상 보다 현저히 낮은 여객 유치 효과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아직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지 않은 만큼, 트래블 버블이 시행된다고 해서 여객이 단기간 급증할 것으로 생각하진 않았지만 급격히 악화된 확산에 분위기가 침체 국면으로 전환된 탓이다.
여름 휴가 특수가 완전히 실종된 항공업계는 이제 9월 추석 연휴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연휴가 9월18일부터 시작되는 만큼 상대적으로 확산세가 진정되길 기대할 여력이 존재하고, 닷새간 이어지는 기간이 해외여행 수요 공략에 적합하다는 평가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여전한 코로나 상황에서 일부 사이판 노선만으로 국제선 여객 증가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웠지만, 해당 노선을 시작으로 괌과 태국, 싱가포르 등 트래블 버블 협정 확대에 따른 기대감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달 갑작스럽게 늘어난 확진자에 그동안 준비해 온 노선들에 대한 재검토까지 필요해진 만큼 추석 연휴 수요 공략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