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관을 영어로 써봐라" 청소 노동자에게 시험 강요한 서울대

사망 청소노동자 유족 "100L 쓰레기 봉투 매일 6~7개 날라"
"부당시험 강요·점수 공개 등 수치심 유발"

입력 : 2021-07-07 오후 2:52:40
 
 
[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서울대 청소노동자 여성 A(59)씨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을 두고 유족과 노동조합 측이 사망원인을 '직장내 갑질'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유족과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 조합은 7일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씨가 새로 부임한 안전관리 팀장 등 서울대학교 측으로부터 부당한 갑질과 군대식 업무 지시, 힘든 노동 강도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죽음으로 몰고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A씨가 근무하던 여학생 기숙사는 건물이 크고, 학생 수가 많아 여학생 기숙사 중에 일이 가장 많았다. 또 코로나19 사태 이후 쓰레기 양이 늘어 100리터(L) 쓰레기 봉투를 매일 6~7개와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쓰레기를 직접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학교 측은 청소 노동자들에게 시험을 강요하기도 했다. 시험 문제로는 '관악학생생활관'을 영어 또는 한문으로 쓰게 하거나, 기숙사 첫 개관년도 등의 청소 노동자에게 불필요한 문제를 출제했다.
 
시험을 본 후에는 다시 채점을 해 나눠 주고, 누가 몇 점 맞았다고 공개하는 등 해당 청소노동자에게 모욕감과 스트레스를 유발시키는 등 직장 내 갑질이 자행되기도 했다.
 
유족 측은 "강압적인 태도로 노동자들을 대우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노사가 협력해 열심히 일하고 대우 받는 일터가 되도록 해달라"고 강조했다.
 
A씨가 숨진 채 발견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청소 노동자 휴게 공간을 보장해달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청원은 이날 10시 기준 5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청소 노동자들이 화장실에서 식사하지 않도록 휴게공간을 보장할 것을 의무화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지난달 21일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청소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은 그동안 사건 사고가 발생할 때에만 간헐적으로 지적돼 왔다"라며 "이제는 하루 이틀 분노하고 슬퍼하다가 흩어지는 것 이상의 논의가 있어야 할 때"라고 했다.
 
앞서 서울 관악경찰서는 지난달 26일 밤 11시쯤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기숙사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서 숨진 A씨를 발견했다.
 
26일 오전 12시에 퇴근하기로 돼 있었던 A씨가 오후 10시까지 통화가 되지 않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A씨 딸이 경찰에 신고했다.
 
숨진 채 발견된 청소노동자 유족과 민주노총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관계자들이 7일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추모를 하고 있다. 사진/표진수기자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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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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