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도쿄올림픽 개막식 계기 일본 방문 취소 결정을 매우 아쉬워하며 한일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실무협상을 이어갈 것을 주문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이에 폐막식 계기 정상회담 가능성이 열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박 수석은 20일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잇달아 출연해 "문 대통령께 마지막 보고를 드릴 때 그 자리에서 대통령이 굉장히 아쉬움을 표현했다"면서 "'상황이 이렇게 됐지만 (한일) 양국 정상이 언제든 만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실무적 협상을 '계속해 나가자'라는 표현이 아니라 '해 내가라'라는 강력한 의지가 담긴 말씀을 하셨다"면서 "상당한 성과가 진척된 상황이기 때문에 거기에서 다시 출발해 외무장관 회담 등을 이어간다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협상 무산 배경에 대해 그는 "현안에 대해 막판까지 아주 접근했지만 성과로 발표하기에는 약간 부족했다"면서 "(또) 국민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변수가 막판에 생겼다. 국민 정서를 무시할 수 없었던 것도 작용한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구체적으로 △과거사 문제(위안부, 징용) △수출규제 문제 △후쿠시마 오염수 배출 문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등 다양한 현안을 논의했다면서 "상당 부분 진척 있었지만 국민께 정상회담 성과를 기쁘게 보고드리기에는 약간 못미쳤다"고 전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전날 '일본의 일관된 입장을 토대로 한국과 의사소통을 하고 싶다'는 입장을 낸 것에 관해 "양국간 우호적인 분위기였던 것은 틀림없으며 양국관계를 복원하고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의지가 충분히 있다는 걸 확인한 것도 성과"라고 환영했다.
방송에서 문 대통령이 도쿄올림픽 폐막식에 맞춰 방일하는 방안이 아이디어로 제안됐다. 박 수석은 "아직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했다"면서도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고 검토 여지를 남겼다.
청와대 등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방일 의지는 시종일관 강했지만, 참모들의 만류로 끝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의 '망언'과 일본 정부의 소극적 태도에 청와대 분위기가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전해진다.
소마 공사는 지난 15일 한 국내언론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의 한일관계 개선 노력을 '마스터베이션(자위행위)'으로 표현해 물의를 빚었다. 일본 정부는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유감을 나타냈지만,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장관이 근무지에서의 재임기간 등을 고려해 적재적소 관점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즉각 경질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결국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용납하기 어려운 발언이었다"면서 "국민 정서를 감안해야 했고, 이후 청와대 내부 분위기도 회의적으로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도쿄올림픽 개막식 계기 일본 방문 취소 결정을 매우 아쉬워하며 한일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실무협상을 이어갈 것을 주문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이에 폐막식 계기 정상회담 가능성이 열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이다. 사진/청와대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