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중 정상이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습니다. 1953년 7월 정전협정 이후 이어진 한반도의 휴전 상태가 조만간 있을 종전선언으로 사실상 종식될 것으로 보입니다. 통일을 향한 첫 고동이 올려진 만큼 머지않아 통일된 한반도에서 남과 북이 자유롭게 왕래하며 사는 날이 찾아올 것 같습니다."
기자의 너무 앞서 나간 상상일까. 이런 뉴스가 들렸으면 하는 바램에서 가짜 뉴스 리포트를 만들어봤다.
27일 13개월 동안 끊겼던 남북 간 통신연락선이 연결됐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공교롭게도 그 날은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 체결 68주년이었다.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어찌됐건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건 기자만의 마음이 아닐 것이다. 이후 남북이 정상회담을 추진한다는 보도가 있었고, 29일에는 이산가족상봉을 조율 중이라는 보도까지 이어졌다. 청와대와 통일부 등 관계부처는 협의된 바 없다는 입장을 냈다. 사실 여부를 떠나 통신선 연결은 앞으로 남북관계가 지금까지의 경색 국면을 벗어나 조금은 나아질 것이라는 관측을 가능하게 만든다.
북한은 그 동안 미국과의 교착 상태를 고려해 북핵 외교테이블에 거리를 둬 왔다. 코로나로 인한 불안감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런 북한이 내년 베이징 올림픽을 보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고 있다. 최근 AP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내년 2월 동계 올림픽까지 때를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며, 동계올림픽이 북한의 오랜 동맹이자 국경을 맞댄 중국(베이징)에서 열린다는 데 주목했다.
그래서 나오는 것이 남북정상회담이다. 계기는 역시 2022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다. 과거 평창올림픽 이후 남북간 평화 무드가 확산됐던 것 처럼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현 정부도 이를 강력히 원하고 있을 듯 하다. 내년 5월 문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 전에 역사적으로 엄청난 상징성을 갖는 '종전선언'을 하고, 추가로 관계 개선의 로드맵을 펼치기를 희망할 것이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어지면 금상첨화다.
이쯤에서 드는 생각은 성급하게 임기내 성과에 집착하다가 큰 그림을 망칠 수 있다는 점이다. 비록 속도가 느리더라도 차분하게 접근해야 한다. 남북간에 수많은 합의가 쏟아졌음에도 시간이 지나 무색해져버린 경우가 많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반도 문제는 남과 북만이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 4강을 물론이고 유엔과도 풀어야 할 사안이 많다.
종전선언만 봐도 그렇다. 국제연합군 총사령관과 북한군 최고사령관 그리고 중공인민지원군 사령원 사이에 맺은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이 정전협정이다. 이를 종식하자는 게 종전선언이다. 냉정히 말해 당사자인 한국은 주체가 아니다. 여기에 5·24 조치의 고개를 넘어야 하고, 무엇보다 유엔의 대북제재(사실상 미국의 대북제재)도 풀어야 한다. 물론 전제는 북한의 핵 포기다. 어떤 사안이든 북핵 해법이 마련되지 않고서는 보폭을 크게 가져가기 어렵다는 건 정부도 잘 알 것이다.
남북 문제는 무려 70년이 넘은 민족의 과업이다. 그 어떤 정책보다 신중한 자세로 주변 4강과 북한을 대하는 고도의 외교 전략으로 다가서야 한다. 북핵문제와 남북관계는 토끼가 아니라 거북이처럼 걸어가야 제대로 풀 수 있다.
권대경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