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자원, 균, 신소재' 시대 생존법

입력 : 2022-02-17 오전 6:00:00
재러드 다이아몬드 캘리포니아대학(UCLA) 교수는 베스트셀러 '총, 균, 쇠'에서 총으로 대변되는 무기와 균 즉 전염병 그리고 쇠가 어떤 계기로 인류사에 어떻게 작용했는지를 명쾌하게 풀어냈다. 뉴기니와 아메리카 원주민 또 유럽인과 아시아인에 이르기까지의 구체적 서사를 따라가다보면 인종주의 이론의 허구성 마저 느낄 수 있다. 생존이라는 대명제가 인류를 지배해 온 탓이다. 
 
문명의 발전 속도가 빨라진 지구촌 시대에 쇠는 신소재로 대체되는 모양새다. 석기에서 철기로 넘어오면서 삶의 기반이 획기적으로 달라진 것처럼, 신소재는 산업혁명 후의 전통적 산업구조의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균은 여전히 인류의 최대 숙제다. 코로나19가 이를 증명한다. 바이러스는 인간을 공격하고, 인간은 과학기술로 방어막을 펼친뒤 역공에 나서고, 다시 바이러스는 절명을 피하고자 인류와의 공존을 모색한다. 치명률이 떨어지는 오미크론 변이 출몰이 대표적이다. 
 
총도 균과 같이 유효하다. 하지만 양상이 조금 다르다. 자원에 무게 중심이 더 쏠리는 형국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봐도 알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북서양조약기구(나토·NATO) 가입 추진이 최근 충돌의 표면적 이유다. 바르샤바조약기구가 존재감을 상실해온 반면 나토는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넓혀왔다. 러시아로서는 불편한 상황을 타개하려는 열망이 클 수 밖에 없다. 동유럽 국가였던 발트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이 나토로 넘어간 이후 2008년 나토에 가입하려던 조지아를 침공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속내를 보면 결국 자원이다. 아무리 총을 들이대도 자원으로 대응하면 발사하지 못한다.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시 러시아와 독일이 공동으로 건설한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가동을 즉각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파이프라인 봉쇄시 유럽의 에너지 위기는 한층 악화되고, 세계 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침체에 빠질 것이다. 이에 독일 총리는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프랑스 대통령과 영국 국방장관은 모스크바로 향했다. 
 
천연가스 최대 생산국인 미국은 글로벌 에너지 패권 유지를 희망한다. 러시아는 자국의 뿌리라 여기는 자원부국 우크라이나가 필요하다. 유럽은 괜한 싸움질에 피해를 입을까 전전긍긍이다. 중국은 미국 견제 차원에서 러시아와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즉각적 충돌에는 우려한다. 중국 역시 충돌의 희생양이 될 수 있어서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신산업인 배터리와 반도체의 핵심 소재인 리튬과 텅스텐, 망간 등의 광물 자원을 무기화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우리는 어떤가. 작년 기준으로 해외 광물자원 개발 사업은 94개로, 이명박 정부 마지막 해인 2012년 말 219개에서 절반 이상이 줄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은 대체로 짧으면 10년 길면 20~30년 주기의 중장기적 자원 개발에 뛰어들지 않는다.
 
특히 행정조직은 5년 단위(대선)의 권력지형 변화가 최대 걸림돌로 작용한다. 정권 재창출이라면 단기간 성과 도출에 정책이 쏠리고, 정권 교체라면 대다수 전 정부 사업이 수정 또는 좌초된다. 정부는 기업이 중장기적 안목으로 자원 개발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기성과주의와 이념편향적 정책에서 탈피해야 한다. 
 
최소한 '총, 균, 쇠'의 신버전 '자원, 균, 신소재'에서 굴욕적인 피정복민으로 서술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권대경 산업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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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