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연합훈련 축소·연기되나…미 국방부 "상호합의로 결정"

통일부, '대화 모멘텀' 속도내기…야권 반발 "안보 담보 잡히나"

입력 : 2021-08-01 오후 3:01:24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남북한 당국 간 통신연락선 재개통에 따른 '대화 모멘텀' 유지를 위해 8월 중순 예정된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 혹은 연기' 가능성이 커지는 모양새다. 그러나 국민의힘 등 야권에서는 "순간의 감정으로 안보를 담보 잡혀서는 안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1일 외교가에 따르면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3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이 한미 공조를 통해 대북 관여를 본격화 할 수 있는 적기"라면서 "개인적으론 물론, 당국자로서도 한미 연합훈련을 연기하는 게 좋겠단 생각"이라며 '훈련 연기론'을 공론화했다.
 
김기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도 지난달 28일 미국 워싱턴에서 미국평화연구소(USIP)와 한반도 관련 세미나를 한 뒤 기자간담회에서 "한미 연합훈련이 그대로 진행되면 거기서 생기는 북한의 오해가 있을 수 있다"며 연기 필요성을 강조했다.
 
비슷한 시기 서욱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의 전화 통화가 성사됐다. 국방부는 "철통같은 한미동맹을 재확인하고, 양국간 긴밀한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설명했지만, 한미 연합훈련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관측된다.
 
미 국방부측은 훈련 축소나 조정 여부를 묻는 미국의소리(VOA)의 질의에 "연합훈련은 한미 양국의 결정이며, 모든 결정은 상호 합의에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병력 보호가 한미연합사령부 최우선 사항이며 모든 한미훈련은 한국 정부와 한국 질병관리청의 코로나 지침을 존중해 진행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국방부도 "한미 간에 긴밀하게 협의 중"이라며 "시기·규모·방식이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양측 모두 원론적인 답변이지만 논의에 따라 훈련 축소나 조정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한미 연합훈련은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진전된 한반도 상황을 반영해 중단되거나 축소된 형태로 실시됐다. 여기에 코로나19 상황을 이유로 추가 축소 실시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비록 우리 군 장병 대부분이 2차 접종까지 마무리했지만 델타 변이에 의한 '돌파 감염'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둬야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이 남북공동선언과 9·19 군사합의를 위반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달 20일 "북침 전쟁 준비를 다그치고 동족과 기어이 힘으로 맞서려는 대결광들의 범죄적 흉계의 뚜렷한 발로"라고 맹비난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연합훈련 축소 여부를 두고 한미의 '대화 의지'를 가늠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상징성이 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남북 정상 핫라인'이 아직 복구되지 않은 이유도 그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핫라인 통화는 차차 논의할 사안"이라고 말을 아꼈다.
 
반면 국민의힘 등 보수야당은 한미 연합훈련 연기 주장에 대해 "유화제스처 하나에 당장 평화라도 온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한 기본적인 훈련조차 연기를 운운한다"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황보승희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섣불리 훈련을 연기한다면 가장 좋아할 사람이 누구겠는가"라며 "설령 그렇게 한들 우리가 실질적으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분석이라도 해보았는가"라고 꼬집었다. 그는 "대화노력은 필요하며, 통신선 복구 역시 그 나름대로 평가받아야 한다"면서도 "순간의 감정으로 우리의 안보를 담보 잡히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북한 당국 간 통신연락선 재개통에 따른 '대화 모멘텀' 유지를 위해 8월 중순으로 예정된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 혹은 연기’ 가능성이 커지는 모양새다. 사진은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종교·시민사회 단체 대표자들이 남북·북미 합의 이행 및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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