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땅 꺼짐’으로 일컬어지는 싱크홀이 새로운 재난으로 떠오르고 있다. 흔히 지하수가 주 발생 원인으로 알려진 싱크홀은 장마철 집중호우 등으로 인한 약해진 지반, 무분별한 개발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1년에 평균 900건의 ‘땅 꺼짐’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하루 평균 2.6건의 땅 꺼짐 현상이 발생하는 만큼 영화 ‘싱크홀’의 이야기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로만 치부할 수 없다.
세 가족의 가장 동원(김성균 분)은 11년 만에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날 동원의 가족은 청운빌라에 입주한다. 청운빌라 입주민들은 ‘비 오는 날 이사하면 부자가 된다’면서 동원의 가족들을 반긴다. 하지만 동원은 주차 문제로 만수(차승원 분)와 이사 첫날부터 티격태격한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것도 잠시, 빌라에 말썽이 생긴다. 평평 해야할 바닥이 구슬이 굴러갈 만큼 기울어지고 기둥과 주차장 바닥 곳곳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심지어 빌라에 물마저 나오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다.
동원은 기껏 마련한 집에 하자가 발생해 고민이 깊어지지만 이미 직장 동료들과 약속한 집들이를 진행한다. 술을 잔뜩 마신 김대리(이광수 분)와 인턴 사원 은주(김혜준 분)는 동원의 집에 하룻밤 머무른다. 다음 날 오전 땅이 갈라지기 시작하더니 청운빌라 건물이 지하 500m 아래로 추락한다.
영화 '싱크홀'. 사진/쇼박스
초대형 싱크홀 속 실감나는 재난 상황을 위해 제작진은 대규모 암벽 세트를 제작했다. 또한 건물이 무너지며 발생하는 흔들림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짐벌 세트 위에 빌라 세트를 짓는 대규모 프로덕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덕분에 건물 안에서 연기를 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더욱 실감난다. 관객들 역시 흔들리는 건물 안에서 우왕좌왕하는 이들의 긴박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여기에 폭우로 물이 점차 차오르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재난 상황임에도 영화의 분위기는 그리 무겁지 않다. 영화는 재난 영화의 공식을 따르고 있으면서도 코미디 요소를 통해 전체적인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든다. 그러다 보니 2019년 개봉한 재난 영화 ‘엑시트’를 떠올리게 한다. 재난 영화라면 자연스럽게 신파로 흐르게 만드는 상황이 펼쳐진다. 하지만 ‘싱크홀’은 신파로 흘러 갈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담백하게 담아내려고 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캐릭터 간의 코믹한 호흡 덕분이다. 김성균은 평범하지만 가족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절절한 부성애를 보여줬다. 차승원은 얄밉지만, 그렇다고 마냥 미워할 수 없는 뻔뻔한 캐릭터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이광수는 SBS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에서 보여준 이미지를 연상하게 하지만 너무 튀기 보다는 적절하다.
이야기 초반 동원과 만수의 관계성을 쌓아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하지만 본격적인 재난에 앞서 두 사람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조금 늘어지는 감이 있다. ‘싱크홀’은 8월11일 개봉.
영화 '싱크홀'. 사진/쇼박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