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대선 후보 검증단 설치 요구를 단칼에 거부하면서 '이재명의 마음과 송영길의 마음이 같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오는 9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공정성 논란을 해소하는 게 과제라는 지적이다. 당장 9일로 예정된 이낙연 후보와의 만찬에서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당 지도부는 정세균 후보가 제안해 이낙연·김두관·박용진 후보가 동의한 클린 검증단 설치 요구에 대해 불가 방침을 못 박았다. 또 문희상, 임채정 등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도 경선 진행 중에 당이 개입하는 건 오히려 백해무익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송 대표는 당이 선거에 개입할 문제가 아닌 데다 TV 토론을 통해 충분히 검증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범친문 후보 진영이자 반 이재명 주자들 측에선 이심송심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검증단 설치 요구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음주운전 논란으로 시작된 만큼 송 대표가 이 지사에게 유리한 쪽으로 대선 경선을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세균 후보는 지도부가 검증단 설치에 반대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세간에 떠도는 이심송심을 스스로 입증하는 일"이라며 "납득할 만한 사유 없이 계속해서 클린 검증단 설치를 훼방하고 거부한다면 이로 인해 벌어지는 모든 사태의 책임은 당과 송 대표에게 있음을 경고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반 이재명 주자들은 이심송심 논란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6월 이낙연·정세균 후보가 코로나19로 인한 경선 흥행 불발 우려를 이유로 경선 연기를 요구했을 때 이재명 후보는 경선 연기 반대를 주장했고, 송 대표 역시 '대선 180일 전 후보 선출' 당헌을 내세워 경선 연기 불가 입장을 관철했다는 것이다.
민주연구원이 당 차원의 대선 핵심 공약에 이 지사의 기본소득과 유사한 '생활기본소득 보장'을 넣은 것도 논란이다. 기본소득은 이 지사의 대표 공약이자 경선 과정에서 후보 간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음에도 당 싱크탱크가 공약에 넣으면서 송 대표가 이 지사를 밀어주고 있다는 주장이 재차 불거진 것이다.
여기에 이 지사가 경기도 자체 예산으로 경기도민에게 100% 재난지원금 지급을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다른 주자들이 모두 반대 의사를 표했음에도 송 대표는 "지방정부가 판단할 문제"라고 일축했다. 이 지사를 제외한 캠프 측에서는 이심송심 경선 관리에 의구심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오는 9일 취임 100일을 맞는 송 대표는 '원팀'을 강조하며 당 주자들과 한 명씩 만난다는 계획이다. 당장 9일 이낙연 후보와의 만찬이 계획돼 있다. 송 대표는 이낙연 후보에 이어선 정세균, 추미애, 이재명 후보와의 개별적인 만남도 이어갈 예정이다.
현재 이심송심 논란이 커지고 있어 이 전 대표와의 만찬에서 공정한 경선관리에 대한 이 후보의 주문이 나올지 주목받는 상황이다. 이 후보 캠프 측에서는 송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의 경선 관리 전반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당 지도부가 후보 간 네거티브 양상에도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재명 캠프 측에서 이낙연 후보가 최성해 동양대 총장과 함께 찍은 사진에 문제 제기를 한 데 이어 이낙연 캠프 측에선 이재명 후보와 폭력조직 행동대장으로 알려진 문흥식 전 회장과의 사진을 공개하며 내홍이 깊어지고 있어서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대선 후보 검증단' 설치 요구를 거부하면서 '이재명의 마음과 송영길의 마음이 같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