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코로나19로 인한 통화 완화정책을 거두고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를 조기 시행하겠다는 신호를 분명히 했다. 미국 경제가 올 초 예상했던 것보다 급속히 성장하면서 연준 내에서는 연내 테이퍼링을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테이퍼링이 시행되면 국제 금융 및 증시, 외환, 가상화폐, 금 등 대부분의 자산시장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연준은 이날 공개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의사록에는 연내 테이퍼링 시행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의사록은 FOMC 위원들 간에 정확한 테이퍼링 개시 시점을 놓고 갑론을박이 있기는 하지만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을 서서히 줄일 필요가 높아지고 있다는 쪽으로 분위기가 조성됐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15일(현지시간) 상원 은행·주택·도시문제위원회 청문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부분의 회의 참석자들은 미 경제가 개선 흐름을 보임에 따라 올해 자산 매입 속도를 줄이기 시작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일부 위원들은 테이퍼링을 수개월 안에 시작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내년에 경제가 더 나아질 경우를 대비해 연준이 조기에 금리를 올릴 수 있게끔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연준은 코로나 사태 이후 1년 넘게 양적 완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금리를 최저 수준인 연 0~0.25% 내리며 사실상 ‘제로 금리’를 도입하고, 매달 1200억 달러(약135조원) 규모의 국채와 주택저당증권을 매입하고 있다. 코로나 충격에 따른 침체된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사상 초유의 돈 풀기에 나선 것이다.
연준은 지난해 말 테이퍼링 도입 전제 조건으로 평균 2%의 물가 상승률과 최대 고용이라는 목표치를 내걸었는데, 최근 이러한 조건이 충족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7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5.4%로 전월 대비 0.5% 상승에 그쳐 물가가 안정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7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도 94만3000명을 기록하며 지난해 8월 이후 최고치였다. 실업률도 전월인 6월 5.9%에서 7월 5.4%로 0.5%포인트 떨어졌다. 각종 지표가 전반적인 호조세를 나타냈다.
우호적인 지표에도 참석자 중 몇몇은 연내 테이퍼링 시행에 반대했다. 노동시장 회복을 위해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도 지난달 28일 FOMC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고용 확대가 확인된 뒤에야 테이퍼링을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면서 "적절한 (테이퍼링) 시기를 놓고 다양한 의견들이 (연준 내부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오는 8월26~28일로 예정된 잭슨홀 미팅으로 쏠리고 있다. 연준의 테이퍼링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불균등한 경제 하에서의 거시경제정책'을 주제로 연설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때까지 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국내외 증시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장 참여자들은 연내 테이퍼링 가능성을 대비하고 있었지만, 7월 FOMC 의사록을 부담 요인으로 받아들였다"며 "연내 기정사실화에도 그 속도와 규모에 대해 구체적인, 공식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연준이 FOMC 의사록을 통해 9월 테이퍼링 발표를 시사한 점은 부담”이라며 “그동안 유동성에 의해 상승해왔던 자산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한국 증시는 테이퍼링 이슈가 가시화된 여파로 외국인 수급은 매도 우위 가능성이 높아 부진이 예상된다”면서 “미 증시 특징처럼 업종 차별화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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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