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교원 채용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에 협조한 후 해임됐다가 복직한 교사를 다른 교사들과 학생들이 볼 수 있도록 창고에 대기시킨 학교에 대해 인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광주광역시 소재 학교법인 도연학원 이사장에게 산하 명진고 교사 A씨를 복직 첫날 창고에서 대기하도록 한 학교장과 행정실장에 대해 주의 조치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학교 교사인 A씨는 앞서 2018년 1월 도연학원의 채용 비리를 수사하던 검찰에 출석해 해당 이사장이 교사 채용을 조건으로 5000만원을 요구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검찰은 같은 해 5월 이사장을 배임수재미수 혐의로 기소했고, 재판에서는 징역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그러자 도연학원은 지난해 A씨를 배임중재미수 혐의로 고소했고,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는다는 이유 등을 들어 해임했다. A씨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해임처분 취소 청구를 해 복직 명령을 받아냈다. 배임중재미수 고소 사건도 증거가 없어 검찰에서 불기소 결정을 받았다.
이후 A씨는 복직해 학교에 출근했지만, 학교 교장 등이 퇴근 시간까지 교무실이 아닌 통합지원실 물품보관 창고에서 대기하도록 지시했다. 주변을 지나던 학생과 동료 교사들이 그 모습을 목격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인권위에 인권침해 진정을 제기했다.
학교 측은 복직을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A씨가 갑자기 출근해 근무 장소를 마련할 시간이 없었고, 교무실에 빈자리가 없어 다른 공간에 대기하도록 했다고 해명했다. 또 창고에서 근무하도록 한 것은 아니었다며 다음 지시를 내리기 위해 3~4시간 정도 머무르게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피해자가 대기한 공간은 운동용 매트, 옷걸이, 가전제품 등을 보관하는 창고"라며 "교사의 지위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학생용 책걸상을 제공하는 등 해임 후 복직 교사에게 대기 공간으로 제공할 적절한 공간이 아니었다"고 봤다.
아울러 "부적절한 조치로 A씨는 어쩔 수 없이 해당 공간에서 대기해야 했고 그러한 모습이 학생 및 동료 교사들에게 노출돼 모멸감을 느꼈다"며 "학교장 등의 행위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인격권 침해”라고 밝혔다.
해임 7개월 만에 9일 복직한 광주 명진고등학교 A교사의 자리는 교무실이 아닌 지원실에 마련됐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