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서 완패한 이낙연, 돌연 일정 대부분 취소…대책 마련 분주

이낙연캠프, 네거티브·호남공략 등 전략 고심…전문가들 "반등 어려운 상황"

입력 : 2021-09-06 오후 4:23:05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대선경선 첫 승부처인 충청권에서 경쟁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완패하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했던 경선 초반에도 묵묵히 소화했던 일정 대부분을 돌연 취소하고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선 모양새다.
 
6일 이낙연캠프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대구경북 공약 발표 기자회견 △금융노조 간담회 △대한의사협회 간담회 △국방안보특위 지지선언 △MBC 뉴스데스크 인터뷰 일정 △일요 정례 브리핑 총 6개 일정 중 금융노조 간담회를 제외한 모든 일정을 돌연 취소했다. 이 전 대표는 그간 코로나19로 인한 불가피한 일정 취소는 있었지만, 이날과 같이 급작스레 일정을 줄줄이 취소한 적은 처음이다.
 
이낙연캠프의 일정 줄취소에는 주말 동안 이어진 충청권 패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지난 4~5일에 진행된 충청권(대전·충남, 세종·충북) 대선경선에서 누적 선거인단 7만6623명 중 3만8463명이 투표(50.2%)에 참여해 28.19%(1만841표)를 획득했다. 경쟁상대인 이 지사가 54.72%(2만1247표)를 받아 압도적 승리를 거둔 데 비하면 한참 뒤쳐진 결과를 받아 든 셈이다.
 
여기에 더해 이 전 대표는 이날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에게도 3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여론조사기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3~4일 전국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이 지사는 28%로 1위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26.4% 2위를 보이며 양강구도를 이어갔다. 당초 윤 전 총장의 뒤를 이어 3위를 기록했던 이 전 대표는 11.7%를 기록하며 홍 의원(13.6%)에게도 뒤쳐졌다.
 
이낙연캠프는 현 상황을 타개할 방안을 고심 중이다. 이낙연캠프 관계자는 "충청권 선거 결과가 발표된 이후 내부에서 다양한 고민이 있어서 일정 일부를 취소했다"며 "앞으로 선거가 많이 남아 있어서 어떻게 정비할지 고민하는 대화들이 오고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이낙연캠프 측은 지지자들의 실망과 위축을 지켜보는 참담한 심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대선경선 투표율이 저조한 점을 들어, 투표율을 끌어올린다면 여타 지역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낙연캠프 측에서 마련할 수 있는 대책은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 전 대표는 그간 '이재명 리스크'로 명명된 자질검증을 강조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이 지사의 이른바 백제발언에 대해 강하게 문제제기 하면서 지지율 상승을 이룬 것이다. 하지만 네거티브가 지속되면서 이 전 대표는 오히려 지지율 정체·하락에 직면했다.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가 호남의 대표 정치인인 만큼 호남에서 대승을 거두면 결선투표를 노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마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율 명지대학교 교수는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호남은 전략적 투표를 하는 지역이라서, 호남 출신 정치인이라는 점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선경선 결과를 쭉 보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이 전 대표가 전략적 패배를 당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전 대표는 국무총리 시절 특유의 사이다 화법으로 인기를 끌었는데 당대표가 된 이후 대선후보가 되기 위해 친문의 입맛에 맞는 발언을 하면서 인기를 잃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반면 이 지사는 스스로 반문인 점을 인정하고 외부에서 인기를 얻어 내부를 공략하는 전략을 사용했다"며 "이 전략으로 이번 대선경선에서 밑바닥에서부터 바람을 일으킨 것"이라고 평가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소장도 이 전 대표가 지지율 반등을 이루기 쉽지 않다고 봤다. 홍 소장은 "이 전 대표가 (전략에 있어) 미숙했다"며 "지금이라도 정권 교체 비전과 문재인 정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지만 시간이 많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충청권 선거결과가 나온 만큼 다른 지역의 표에 영향을 미쳐 앞으로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며 "지금이라도 전성기 시절을 재구성해 보면 어렴풋하게 답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이낙연캠프는 이날 대책회의를 통해 빠르면 7일 관련한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4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전·충남 경선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공동취재사진단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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