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SK이노베이션(096770)이 중국 현지 전기차 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한다.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 우선주의로 해외 배터리 업체들에 세워둔 장벽을 뚫은 것이다. 일찌감치 본토 생산 체계를 갖추고 중국 기업과 협업한 것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후발주자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SK이노는 안정적 사업 확장 통해 글로벌 톱3 업체로 진입을 앞당기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는 최근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샤오펑과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공급할 배터리는 니켈 함량 80%의 삼원계 배터리인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가 샤오펑에 납품할 배터리는 중국 광둥성 후이저우시에 위치한 공장에서 생산된다. 후이저우 공장은 SK이노가 중국 본토에 지은 세 번째 공장으로, 중국 EVE에너지와 합작을 통해 세워졌다. 연간 생산능력(캐파)이 10GWh(기가와트시) 규모다. 이는 전기차 10만대에 탑재할 수 있는 규모다. 그간 샤오펑은 중국 대표 배터리 기업 CATL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배터리 수요가 폭증하면서 SK이노까지 고객사를 확장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SK이노가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현지 업체들과의 경쟁을 뚫은 것은 현지 생산 체계를 갖추고 본토 기업과 협력 체계를 공고히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SK이노는 지난 1일 약 10억6000만 달러(한화 1조2300억원)를 투자해 중국 옌청에 배터리 공장 신설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SK이노가 중국 현지에서 현재 운영 중인 공장은 옌청1공장과 창저우공장, 후이저우공장 등 3곳이다. 올해 완공 예정인 옌청 2공장은 내년 1분기부터 상업가동에 들어간다. 2공장 물량은
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차에 들어간다.
SK이노베이션 중국 창저우 공장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특히 중국 기업과의 합작에서 지분 비율을 낮춘 것이 관건이었다는 평가다. SK이노는 지난 2013년 베이징전공과 설립한 합작사 'BESK'를 통해 창저우 공장을 세웠다. 창저우 공장 지분 구조는 SK이노가 49%, 중국 기업이 51%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을 감안해 지분구조를 낮게 잡아 중국산 배터리로 인정받게 되는 전략이다. 창저우공장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는 현대차 아이오닉5 중국 현지 물량에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후이저우 공장도 지분 구조가 49:51로 형성돼있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입지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SK이노의 올해 1~7월 전기차 누적 배터리 사용량은 6.4GWh로 전년 동기(2.6GWh) 대비 143.1% 늘었다. 점유율 순위는 6위에 기록됐다. 현재까지 SK이노의 누적 수주잔고는 1테라와트시(TWh) 규모로,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130조원에 달한다. 배터리 수요가 폭증하면서 수주 잔고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생산 능력은 현재 40GWh 수준에서 2023년에는 85GWh, 2025년 200GWh, 2030년에는 500GWh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들이 속속 전기차 전환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만큼 내년부터 수주 물량에 대한 생산 및 공급이 가시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SK이노가 후발주자라는 수식어를 때고 10년 안에 글로벌 톱3로 도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NE리서치는 현재 세계 랭킹 6위인 SK이노베이션이 오는 2030년 경에는 중국 CATL과 LG에너지솔루션(분사 전
LG화학(051910))에 이어 3위 업체로 도약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간 생산 캐파도 344GWh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