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정부의 방역 정책에 반발하는 자영업자들이 당초 예고대로 전국 규모의 차량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현행 인원·영업시간 제한 폐지 등을 주장했다.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8일 오후 11시부터 9일 오전 1시15분까지 전국 9개 지역에서 차량 시위를 진행했다. 앞서 1·2차 때와 달리 전국 규모의 차량 시위는 이번이 처음이다.
차량시위는 양화대교 북단, 강변북로, 한남대교, 올림픽대로를 차례로 지나는 동선으로 진행됐다. 시위 참가자들은 이동 중 차에 부착된 비상등을 켜는 방식으로 정부에 항의 의사를 전달했다. 차들은 자정을 넘겨 최종 집결지인 여의도로 진입하는 길에서 경찰 검문에 막혔다. 경찰이 차 한 대씩 검문하며 차량 통행을 막았고, 이에 반발하는 운전자와 경찰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 경찰은 이들의 차량 시위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곳곳에 검문소를 설치해 단속했다. 또 21개 부대를 동원해 차량 시위 해산을 유도했다.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 중인 서울은 1인 시위를 제외한 집회 및 시위가 금지된다.
이번 시위는 서울 이외 지역인 △부산 △울산 △전북 △전남·광주 △경남 △충북 △충남· 대전 △강원 등 지역에서도 같은 시간 동시다발적으로 차량 행진이 이어졌다.
비대위 추산 이번 시위에 참여한 차량수는 1000대 이상이다. 이들은 차량 시위 후 9일 오전 1시15분께 서울교에 집결해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김기홍 비대위 공동대표는 "자영업자들이 왜 항상 탄압을 받아야 하는지 가슴이 아프고 속상하다"면서 "정부가 자영업자들 좀 살려달라는 것이 억압받아야 하는 일인가. 제발 살려달라"고 울먹이며 호소했다.
이날 자영업자들의 항의에 동참하기 위해 야당 정치인들도 차량 시위 현장을 찾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방역에 협조하며 의견을 표출하는 이들에게 상처를 준 문재인 정부에 강한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 원희룡·최재형·황교안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도 현장을 찾아 차량 시위를 응원하고 정부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냈다.
비대위는 기자회견 이후에도 공식 입장문을 발표하는 등 시위를 이어나갔다.
비대위는 입장문을 통해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다중이용시설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발생비율이 20%에 불과함에도 지난 1년6개월간 집합금지, 집합제한 등 자영업자만 때려잡는 방역정책을 일관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영업자는 지난 1년 6개월간 66조원이 넘는 빚을 떠안았고 45만3000개 매장을 폐업했다”며 “손실 보상이라고는 GDP 대비 OECD 평균 16.3%에 훨씬 못 미치는 4.5%뿐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 정책 수립에 자영업자의 의견을 반영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방만한 태도로 방역체제 변환을 준비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과 백신 공급 차질에 따라 발생하는 피해를 여전히 자영업종만이 떠안도록 강요되는 현실을 더 이상 감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국자영업자비대위 회원들이 9일 새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진행된 코로나19로 인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에 반발하는 전국동시차량시위에서 정부 방역지침을 규탄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