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교육부가 일정 규모의 주택을 짓는 개발사업자가 특수학교 용지를 의무 확보하도록 하는 법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특수학교 조성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11일 교육부·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최근 교육부는 제79회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가 대정부 제안한 '학교용지법 개정 요구'를 수용했다.
앞서 시교육청은 지난 7월8일 제79회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를 통해 학교용지법 대상에 특수학교도 포함하는 방안을 교육부에 건의하고, 지난달 20일에도 교육청 차원에서 개별 요청한 바 있다. 현행법은 300세대 이상의 주택건설용 토지를 조성·개발하거나 공동주택을 짓는 개발사업자에게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용지를 확보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번에 교육부가 건의안에 수용 의견을 내고 법 개정을 추진함에 따라 그동안 지역 주민의 반대 등으로 지지부진했던 특수학교 조성에 박차가 가해질 전망이다. 서울의 경우 지난 2002년 이후 17년 동안이나 특수학교가 들어서지 못하다가 2019년에야 서초구 나래학교, 강서구 서진학교가 신설될 정도였다. 중증 장애 학생이 전체 장애 학생 중 72.2%인데도 지난해 34.6%만 특수학교에 다닐 수 있어 수요에 비해 공급이 태부족한 상황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특수학교가 없는 양천구 장애 학생들이 서진학교로 다니고 있어 포화 상태"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앞으로 학교용지법 개정안의 관건은 특수학교 취학수요 관련 내용을 담는 것이다. 교육부는 수용 의견을 내면서 '특수학교 학생 유발률에 따른 학교설립 기준과 학교설립 필요성 등의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일반학교에 적용되는 300세대라는 기준만으로는 특수학교가 필요할만큼의 장애 학생 숫자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즉, 국내 전체적으로는 특수학교가 부족하더라도 개별 주택 단지에서는 수요를 따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반학교들의 경우 각 시도교육청이 학교 필요 여부를 실무적으로 판단할 뿐이지 특별히 학교용지법에 취학수요에 관한 내용이 명시되지 않았다"며 "특수학교는 일반학교와는 사정이 다를 수 있어 시행령에 수요 내용을 담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순경 전국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 대표는 "원거리 통학하는 학생을 구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부의 수용 의견을 환영한다"며 "과거 비슷한 법안이 수요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급하게 추진됐다가 폐기된 전철을 밟지 말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17년 9월 서울 강서구에서 열린 특수학교 설립 토론회에서 장애 학생 학부모들이 특수학교를 지어달라고 지역 주민들을 향해 '무릎 호소'를 하자, 2개월 뒤인 11월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이 학교용지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당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개정안 검토보고서에서 특수학교 취학수요가 유발되지 않는데도 개발사업자가 용지 확보 의무를 부담할 가능성을 걱정했다. 이후 개정안은 국회에서 크게 다뤄지지 않고 계류하다가 회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외에 장애인 단체들은 특수학교 조성 속도를 가속화하려는 교육 당국의 기조가 기존 통합교육을 저해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통합교육은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같은 교실에서 함께 교육받는 정책이다. 정 대표는 "장애 학생이 특수학교를 다니는 기간은 12년이지만, 지역 사회에서 살아야 할 기간은 그보다 더 길다"며 "혹시라도 '장애학생이 통합교육을 받지 말고 다 특수학교로 가야 한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안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왼쪽에서 첫번째) 및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에서 세번째)이 특수학교인 서울서진학교의 방역 및 학사 운영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