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매일 반복하는 일과 중 하나가 휴대전화로 날아오는 문자메시지, 콕 찍어 주식 관련 스팸문자를 지우는 일이다. 스팸문자는 이른 아침, 오후, 늦은 밤, 때를 가리지 않고 날아드는데, 특히 장마감 후엔 내게 미리 ‘문자를 보내주마’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몇 개가 연달아 도착한다.
스팸을 거를 수 있는 폰이 아닌 탓에 이런 문자를 받을 때마다 발신번호를 차단하고 문자를 삭제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어느 날엔 도대체 매일 왜 이 짓을 해야 하나 부아가 치밀어 ‘이런 놈들 쫄딱 망하게 주가가 폭삭 주저앉았으면 좋겠다’고 내뱉었다가, 그랬다간 나도 죽겠구나 싶어 얼른 주어 삼켰다.
스팸문자를 넘어 스팸전화가 걸려오는 경우도 빈번해졌다. 아마도 인력을 고용해 전화를 돌릴 수 있을 만큼 규모를 갖춘 업체일 것이다. ARS는 물론 “○○증권인데요”, “△△투자입니다” 이런 식으로 상호를 얼버무린 ‘좋은 정보 안내’ 전화가 온다. 이젠 소개말 뒤에 뭐라고 하는지 들어줄 만큼의 인내심도 남지 않아 “됐어요” 한마디하고 끊어버린다. 하지만 문자와 전화를 하는 업체들은 인내심 바닥난 나와는 다르게 끈질기게 문자를 뿌리고 전화를 돌릴 것이다.
설마 저런 데 걸려들 사람이 있겠어? 대다수는 이렇게 생각하겠지만,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지푸라기라도 잡기 마련이다. 백에 한 명, ‘혹시’ 하는 마음에 귀를 쫑긋 세울 누군가가 걸려들면 된다. 그리고 지금은 그 지푸라기를 잡고 싶은 심정인 사람이 제법 많아졌을 시기다.
코로나 팬데믹이 주식시장을 강타한 이후로 1년6개월쯤 지났다. 그동안 증시는 뜨거웠다. 생판 주식을 모르는 초보들도 속속 주식시장에 들어와 1년 넘게 파티를 즐겼을 것이다.
이들은 변변한 조정이란 걸 경험해보지 못했겠지만 시장은 이미 석 달째 옆으로 기어가고 있다. 파티에 흠뻑 빠져있던 이들도 뭔가 달라진 공기를 느끼고 있을지 모르겠다.
우리 증시는 여름휴가 때부터 추석연휴 전까지 눈치 보기 장세가 펼쳐지는 특성이 있다. 하지만 추석 이후 주가가 다시 달릴 수 있을지 어떨지 모르겠다. 기대 섞인 전망을 하는 이들이 있는가하면, 위험을 경고하고 나선 이들도 있다.
분명한 것은, 금리가 오르고 테이퍼링이 다가오고 고용은 기대치를 밑돌고 LNG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과관계 없이 여기저기에서 중구난방 발생하는 변화처럼 보이지만, 투자자는 이를 경고 사인으로 해석해야 한다. 물론 변화 속에서 기회를 잡을 수도 있겠으나 시장 전체로는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본인이 변동성에 잘 대비하고 있는가를 직관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주식계좌를 자주 들여다보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은지 가만히 생각해 보자. 하루라도 보지 않으면, 오전, 오후 몇 번씩 주가를 확인하기 위해 들락날락하고 있다면, 준비돼 있지 않은 것이다. 이런 경우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하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수준까지 투자금액을 줄이거나, 비교적 마음이 덜 불편한 종목으로 교체하는 것이다.
주식시장은 바다와 같아 파도는 언제나 치는 것이다. 크고 작음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아직 큰 파도에 익숙해지지 못한 초보 투자자들은 아마도 멀미를 심하게 할 것이다. 큰 파도에 맞서겠다고 무모하게 덤빌 게 아니라 잔파도에서 익숙해질 때까지 적응하는 단계가 필요하다.
큰 파도에 쓸려 바다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의 유혹에 빠지는 것이다. 이성이 판단력을 지배하고 있을 때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