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구글, 카카오, 쿠팡 등 플랫폼 공룡에 대한 제재의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소위 'GAFA'라 불리는 빅테크 기업들의 독점적 지위에 대한 경계의 시선이 강화되고 있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에 따르면 GAFA와 넷플릭스, 마이크로소트(MS)를 더한 6개 빅테크 기업의 시가총액은 지난 2013년 약 1조달러에서 올 8월 기준 약 10조달러로 대폭 늘었다. 같은 기간 이들이 S&P500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에서 26%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혁신의 상징이었던 플랫폼 기업들이 독점의 대표 주자로 변모하면서 유럽, 일본은 물론 이들의 본국인 미국에서까지 규제의 움직임이 나타나게 됐다. 특히 국내는 지난달 말 세계 최초의 '구글 인앱결제 강제 방지' 법안을 마련한 데 이어 대형 온라인 플랫폼들의 갑질 행위 등을 막는 법안이 다수 발의돼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해외에서는 플랫폼 기업들의 활동을 어떻게 규제하고 있는지를 공유하고 향후 국내의 제도 마련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가 생겼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은 27일 같은 당의 민병덕, 이용우, 이정문 의원과 공동으로 '온라인 플랫폼 해외 반독점 규제 동향' 토론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은 27일 '온라인 플랫폼 해외 반독점 규제 동향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오기형 의원실
오 의원은 "전세계적으로 플랫폼 대기업들의 독점적 행위를 규제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이 된 것 같다"며 "동시에 기업들의 혁신을 막아서는 안된다는 시각에도 동조하고 있기 때문에 어떠한 혁신을 허용해야 하고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어떻게 규제해야 하는지는 더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이날의 토론회 개최 취지를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강수 공정거래위원회 국제협력과장이 '미국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 동향'을, 강지원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이 '유럽연합(EU)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 동향과 시사점'을 각각 소개했다. 이어서 장영신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사무국장, 이화령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 박지원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가 지정 토론자로 나섰다.
이 과장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지난해 10월 하원의 법제사법위원회가 '디지털 시장에서의 경쟁과 법 집행에 관한 조사 보고서'를 발간한 이후 본격적인 움직임이 나타났다.
16개월간 GAFA의 영업행태와 이들이 경쟁에 미치는 영향 등을 조사한 이 보고서에서는 "디지털 시장은 네트워크 효과, 전환비용, 규모의 확대에 따른 이익 증가 등으로 진입 장벽과 집중도가 매우 높은 승자독식 구조"라고 규정했다. 이어 "4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은 SNS, 인터넷 검색, 온라인 광고 등 분야에서 시장을 장악한 다음 자신의 지배력을 이용해 거래 상대방에게 불공정 거래를 강요한다"며 "이는 혁신을 저해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며 자유롭고 다양한 언론의 기능을 훼손시킨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디지털 시장에서의 경쟁을 회복하는 방안 △반독점법 집행력 강화방안 △반독점법 집행을 강화하는 방안 등을 권고사항으로 제시했다. 이후 올 2월 상원에서 '경쟁법 집행 개선을 위한 법률' 제정안이, 6월에는 하원에서 '플랫폼 분야 5개 반독점법'이 발의됐다. 7월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경쟁촉진에 관한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대체로 규제 대상 플랫폼을 사전 지정해 특별 책임을 부과하고 경쟁 제한성 여부에 대한 입증 책임을 당국에서 플랫폼 사업자로 전환해 거대 플랫폼을 규율하는 것이 목적이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 대통령 직속 경쟁위원회를 설치해 부처간의 조정·협력을 도모하고 입법적 개선사항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도록 했다. 여기에는 재무부, 상무부, 법무부, 보건복지부, 연방거래위원장 등 범부처가 참여했고, 국가경제위원장이 위원장을 맡았다.
27일 온라인으로 열린 '온라인 플랫폼 해외 반독점 규제 동향' 토론회가 '오기형TV'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다. 사진/오기형TV 채널 캡처
EU에서는 지난해 7월부터 시행 중인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공정성 및 투명성 강화를 위한 규칙'(P2B 규칙)을 예로 들 수 있다. 강 조사관은 "유럽에서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디지털 경제 생태계에서 심판과 선수를 겸하는 지위를 남용해 P2B(플랫폼대 입점업체), P2P(플랫폼대 플랫폼) 관계 모두에서 폐해를 일으킬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고 규칙 신설의 배경을 설명했다. 과거의 기준으론 새롭게 형성된 P2B 관계에서 나타난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 행위를 규율하는데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P2B 규칙은 플랫폼 사업자의 지위 남용을 규율하기 위해 거래의 공정성, 정보제공의 투명성, 원활한 분쟁해결 절차 등을 보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규칙에서는 플랫폼 사용자들이 이용자들로부터 접수한 민원을 적정 기간 내에 처리할 무료 고충처리시스템을 마련하고, 문제 발생 시 조정 절차를 통해 신속하게 분쟁을 해결하도록 했다. 또한 개별 피해구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경우 단체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도 했다.
강 조사관은 "EU의 P2B 규칙은 기존 경쟁법의 공백을 보완하는 민사특별법"이라며 "예전에는 유사한 성격의 법 규정이 한국과 일본 정도에만 존재해 갈라파고스적 규제란 비판이 있었으나 이제는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장 사무국장은 "디지털 경제의 가속화로 입법적 규율 방식과 내용을 정하는 데에는 어느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라며 "다만 디지털 경제에서는 친경쟁적 효과와 반경쟁적 효과를 따지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신중하게 규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과거에는 전통 산업의 문어발 확장을 막고 수직계열화를 유도하기 위해 무분별한 출자만을 제한하는 사전 규제가 유효했으나, 디지털 환경에서는 융복합의 혁신적이고 편리한 서비스들이 다수 제공될 수 있어 전후방 효과를 두루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또 "디지털 뉴딜 등 디지털 산업을 육성하고 있는 상황인만큼 국가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며 "중복 규제 문제 등을 포함해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접근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