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부작용 0.66%만 인정…"신고는 질병청으로 직접"

보건소 문의하면 병원으로…신고 절차 안내 부족
정은경 청장 "이상반응 조사 계속되면 확대 여지 있다"
전문가들 "실제 이상반응 의심사례 더 많다" 추정

입력 : 2021-10-07 오후 2:06:26
서울 성북구 코로나19 예방접종 제2센터 안내문. 사진/동지훈 기자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1. 서울에 거주하는 20대 여성 A씨는 7월31일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한 지 일주일 뒤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숨이 차는 증상을 처음 느꼈다. 카페인 때문일 수도 생각한 A씨는 경과를 지켜보다가 눕기도 힘들 정도로 심장이 빠르게 뛰어 8월18일 대학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 여러 검사를 했지만 건강검진을 통해 알고 있었던 지병과의 연결고리는 찾기 어려웠다. A씨는 수축기 혈압이 200까지 올라 혈관을 확장하는 약까지 쓴 뒤에야 퇴원할 수 있었다. 의사로부터 질병관리청에 백신 이상반응 신고를 했다는 말을 듣기 전까지 관련 내용은 모르고 있었다.
 
#2. 경기도에 거주하는 50대 여성 B씨는 8월16일 화이자 백신을 1차 접종을 마쳤다. 이틀 뒤 온몸에 두드러기가 생겨 같은 달 20일 보건소에 문의했다. 보건소는 백신을 접종한 병원에 방문하라고 안내했다. B씨는 병원을 찾았지만 두드러기가 백신 부작용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설명을 듣고 약 처방만 받았다. 다행히 2차 접종 후 두드러기는 생기지 않았다. B씨 역시 백신 이상반응 신고 절차가 있는지 알지 못했다.
 
#3. 경기도에서 요가강사로 일하는 20대 여성 C씨는 1차 접종 당일 여러 증상을 한꺼번에 느낀 경우다. C씨는 9월15일 모더나 백신 1차 접종 당일부터 두통, 어지럼증이 동시에 나타나고 숨도 가빠졌다고 설명했다. C씨는 백신 이상반응일 수 있다고 생각해 보건소에 문의했다. 보건소는 일주일 정돋 기다려 보자고 답했다. 10월1일에는 수업 도중 몸에서 힘이 빠지고 어지러우면서 가슴 통증도 함께 느꼈다. 다음날인 2일 대학병원에 내원해 내시경과 CT, 피 검사를 예약했지만 예약 대기자가 몰려 22일에나 검사를 받을 수 있다. 백신 이상반응 신고 절차도 몰랐고, 신고를 접수하려면 검사부터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코로나19 백신이) 신규 백신이기 때문에 이상반응이나 부작용에 대해 계속 조사가 진행되면서 확대될 여지가 있다"라고 밝혔다.
 
정 청장 말대로 질병청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 신고 항목에 월경 장애를 추가하기로 했다. 그동안 코로나19 백신 이상반응은 △발열 △통증 △부기·발적 △구토·메스꺼움 △두통·관절통·근육통 △피로감 △알레르기 반응 △기타 등 8개 항목만 인정됐다.
 
월경 장애가 코로나19 백신 이상반응으로 추가되면서 앞으로 의심 신고와 소수에 불과했던 인정 건수는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달 16일 기준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이상반응 의심 신고는 총 21만5501건이었다. 이 중 보상이 결정된 사례는 1793건으로 0.66%에 불과하다.
 
환자들을 직접 마주치는 의사들은 실제 백신 이상반응을 겪었거나 겪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접종자 스스로 백신 이상반응 신고를 할 수 있지만 모르는 경우가 많고, 신고 절차도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든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이상반응이 의심되면 먼저 질병청 홈페이지에서 '예방접종 도우미'를 검색해야 한다. 새 창에서 예방접종 도우미 화면이 뜨면 중앙 하단에 위치한 '예방접종 이상반응신고' 팝업을 띄워 신고를 마무리하면 된다.
 
질병관리청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 후 건강상태 확인하기 화면. 사진/예방접종 도우미 캡처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직접 신고 절차를 모르는 이들이 많아 보건소나 접종 병원을 방문하느라 시간이 지체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뒤 부작용을 느낀 사람들은 보건소에 문의하는데 보건소는 병원을 찾아가라고 안내한다"라며 "환자가 내원하면 직접 신고할 수 있다고 알려주는데 부작용 신고 사이트가 찾아가기 힘들게 돼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절차도 생각보다 복잡한 데다 신고 절차를 알고 있는 국민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접종 후 보상을 받고자 하는 국민들이 꽤 있는데 신고하고 보상받는 절차 안내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마상혁 경상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접종 이후 진료나 치료만 맏고 이상반응 신고를 하지 않은 환자들도 있어 국가가 파악한 이상반응 의심 사례가 실제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마 위원장은 또 "백신마다 접종한 뒤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이상반응이나 부작용이 있는데 인정된 사례는 많지 않다"라며 "대다수의 인원이 같은 증상을 보이면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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