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플랫폼 국감이 정점에 달했다. 네이버, 카카오, 배달의민족 등 국내 주요 플랫폼 기업들과 관련한 시장 독과점, 골목상권 침해, 기술탈취 등 현안에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해당 기업들은 의원들의 지적에 적극 공감하며 빠르게 시정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7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 정우진 NHN 대표,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등 플랫폼 기업들의 수장들이 대거 참석했다. 네이버는 한성숙 대표 대신 공기중 부사장이 자리했다.
피감기관에 대한 심문이 당초 계획보다 지연된 탓에 늦은 오후부터 시작된 일반증인 질의에서 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플랫폼 기업 때리기에 나섰다.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중소벤처기업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범수 카카오 의장(왼쪽) 등 증인 참석자들이 선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예상대로 가장 많은 질의를 받은 사람은 김범수 의장이었다. 김 의장은 카카오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과 관련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래지향적이지 않은 부분은 모두 정리, 철수하겠다"고 거듭 사과했다. 지난 5일 정무위원회 국감에 출석해 내놨던 발언들을 이날에도 반복한 것이다. 당시 김 의장은 독과점과 관련한 사회적 논란에 수 차례 사과하며 "골목상권과 관련된 사업은 모두 철수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날에도 김 의장은 "작은 스타트업에서 시작한 카카오가 2, 3년전부터 수익을 내기 시작하면서 저 자신은 물론 공동체 CEO들도 성장에 취해 주위를 돌아보는 것을 간과하는 실수를 저질렀다"며 "좀 더 카카오의 위상에 걸맞는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진지하게 고민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동시에 김 의장은 플랫폼 사업에 대한 소신도 굽히지 않았다. 그는 "플랫폼은 이용자 편익을 높이고 공급자의 수익을 높이는 쪽으로 가는 것이 이상적이다"며 "플랫폼이 활성화 될 때 수수료를 내릴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플랫폼 비즈니스는 권장할 만한 형태"라며 "다만 아직까지 국내에서 플랫폼 사업의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는 여러 실험으로 좋은 사례를 만드는 과정"이라고도 설명했다.
여러 의원들의 반복된 질의에 김 의장은 향후 미래 사업에 보다 집중하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그는 "카카오는 지금까지 글로벌, 미래기술, 핵심 역량 등과 연결되는 부분에 200여개 스타트업 투자를 진행했다"며 "미래에 대한 준비를 차근히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김 의장은 "초심으로 돌아가 '기술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카카오의 철학을 다시금 되새기겠다"며 "내부적으로도 처절하게 검토해 지향해 나갈 바와 하지 말아야 할 부분을 구분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실천 방안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겠다"고 약속했다.
골목상권 침탈과 관련해서는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에게도 집중 포화가 이어졌다. 배민의 식료품·생필품 즉시 배달 서비스 B마트가 동네 상권을 잠식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B마트는 당장 외출이 힘들거나 곤란한 사람들, 비싼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배달이 필요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전개하기 때문에 신규 수요를 창출하는 서비스에 좀 더 가깝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B마트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자 김 대표는 "동네에서 만날 수 있는 소규모 업소들이 배민 플랫폼에 입점해 비대면 서비스에서 고객과 만날 수 있는 채널을 만들 수 있도록 다양한 검토를 해보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그는 또 자영업 점주, 라이더와의 상생 방안 구축과 관련한 배민의 지난 활동들을 적극적으로 소개하며 "앞으로도 더 노력하고 살피겠다"고 다짐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