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금융당국이 이르면 이번주 가계부채 추가대책을 발표할 가운데,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의 방향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선 정부는 전세·집단대출을 가계부채 총량관리 한도에서 제외하기로 했지만, 주담대와 신용대출은 억제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대출 옥죄기로 인한 실수요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주담대와 신용대출도 실수요자가 많은 상황에서 얼마나 실수요자들의 자금줄 보호에 나설 지 미지수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정부가 그간 획일적인 대출 총량관리에 급급해 졸속 대책들을 내놓은 만큼, 이번 추가대책 역시 제대로 된 실수요자 보호 대책이 담길 것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적다.
1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이번주 가계부채 추가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당초 가계대출 급증을 억제하기 위해 '증가율 6%대'를 목표로 내걸면서 고강도 가계부채 대책을 예고했지만, 전세자금대출을 예외로 두면서 사실상 고강도 총량관리 방침에서 한걸음 후퇴했다. 대책에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상환 능력에 초점을 맞춘 대출 관리 방안과 함께 전세대출 등 선의의 피해자를 막기 위한 실수요자 배려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14일 " 연말까지 전세대출, 집단대출이 중단될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대책에는) 전세대출이나 제2금융권 대출에 대한 효율적 (감축) 방안과 금융회사가 자체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 실수요자 보호 방안 등이 포괄적으로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세대출 재개 방침이 나오면서 전세 실수요자들의 숨통은 틔였지만, 주담대와 신용대출의 중단 위험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담대와 신용대출의 문턱까지 낮추면 6%대로 가계대출 증가율을 묶겠다는 금융당국의 정책 목표 자체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억제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담대와 신용대출 역시 실수요자가 많은 상황에서 고강도 대출 규제를 적용한다면 실수요자들의 피해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금융권의 연쇄적 대출 중단으로 분양받은 아파트 중도금·잔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분양가가 9억원이 넘는 아파트는 대출이 막혀 서민 실수요자들이 청약마저 포기하게 만드는 장벽을 만들었다. 신용대출 역시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생활자금을 구하는데 어려움이 잇따르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당국의 실수요자 보호 대책이 진정한 '실수요자' 배려 방안이 아닌, 대출 총량 관리에 급급한 졸속 대책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대출 조이기로 실수요자들의 불만과 불안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커진 상황에서 섬세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부채 관리 강화와 실수요자 보호는 서로 상충되는,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라며 "추가대책에 (실수요자 보호 방안이) 어느 정도 담길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 교수는 "가계부채를 총량으로 규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실수요자들의 대출 길은 열어주면서 부채 관리를 할 수 있는 유연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서울 강남구 한 은행에 대출 관련 안내문이 부착돼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