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서울시의회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여부에 따라 청소년시설 사용료를 차등하는 조례안이 등장해 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학생이 백신 접종 여부에 따라 학교·다중이용시설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기조를 펴고 있어 정책 '엇박자'가 우려된다.
23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김인제 시의원이 발의한 '청소년시설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개정안이 최근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됐다.
개정안은 오는 2022년 12월31일까지 청소년시설 사용료 감면 가능 대상에 코로나19 예방접종증명서를 제시하는 청소년을 추가했다. 증명서는 2차 접종 완료 후 2주가 지난 접종 완료자에게 발급된다.
조례안 제안 이유는 접종 완료자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해 백신 접종을 조속히 완료함으로써 '위드코로나'를 원활히 추진하려는 것이다.
통과될 경우 서울시가 설치한 55곳의 유료 프로그램이 영향을 받게 된다. 프로그램에는 청소년 수련활동·진로교육·예체능 및 문화교류 활동·외국어 교육·숙박 편의 등이 있다.
그러나 이는 정부의 학생과 청소년 배려 기조와는 어긋난다는 평이 나온다. 교육부는 소아·청소년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자율성에 기반한다고 거듭 강조해왔다.
학교에서 접종을 독려하거나 백신 접종 학생을 조사하거나 접종 여부에 따라 차별하고 불이익 주지 말라는 방침을 교육청과 학교에 전달한 바 있다.
고3을 제외하고는 학교 단체 예약을 실시하지 않고 개별 가정의 선택에 맡기기도 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접종 기회가 적은 18세 미만 청소년이 다중이용 시설의 '백신 패스' 제도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배려할 계획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인권대응 네트워크에서 활동하는 공익인권법 재단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는 "성인 차원에서도 백신 패스가 논란이 되는 마당에, 백신 안전이 검증되지 않은 청소년에 대해 차등 조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방역 당국이나 교육부에서도 지방자치단체에서 이상한 방역 조치가 나올 때는 더이상 비겁하게 숨지 말고 잘못됐다고 입장을 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김 시의원은 "정부 방역 지침에 따라 백신 맞은 아이들은 현장에 가서 적극 활동할 수 있고, 비접종자는 활동할 수 없으니 적극 활동하도록 유도하려는 목적"이라면서 "청소년을 '비백신'과 백신이라는 기준에 따라 구분하려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위드코로나로 갈 때 새로운 정부 지침이 나올 것"이라며 "그 때는 재개정의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8일 오전 서울시 양천구 홍익병원에서 16∼17세 청소년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뉴시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