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여교사 화장실에 카메라를 설치한 초등학교 교장의 신상을 공개하라는 국민청원이 나왔지만 실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경기 안양동안경찰서는 지난달 30일 초등학교 교장 A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카메라 등 이용 촬영) 위반 등 혐의로 구속했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처법)에 따르면, 검찰과 경찰은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사건'인 경우 피의자 신상을 밝힐 수 있다. 충분한 증거가 있고 재범 방지 등 공공의 이익에도 부합해야 한다.
특처법에 포함되는 성범죄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3~10조다. 특수강도강간과 장애인·미성년자 강간 등이 포함된다.
반면 A씨 혐의인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은 14조에 규정돼 있어 신상공개 검토 범위 밖이다. 안양동안경찰서 관계자는 1일 "특처법에 규정된 강력 범죄에 해당돼야 하는데 A씨 혐의는 해당되지 않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A씨 사건을 계기로 신상공개 제도가 재차 주목 받았지만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은 여전하다. 전자발찌를 끊고 여성 두 명을 살해한 강윤성과 달리 장검으로 아내를 살해한 남성은 신상 공개가 안 됐다.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공분이 컸다.
국민의힘 최춘식 의원은 지난 9월 경찰 자료를 통해 2016년부터 올해 8월까지 피의자 신상공개가 결정된 강력범죄가 40건 중 20건이었다고 밝혔다. 비공개 이유는 인권침해와 우발적 범행 가능성, 낮은 재범 위험성 등이었다.
내외부 위원 일곱명으로 구성된 경찰 신상공개위원회가 사건별로 모이는 임시 위원회에 불과해 판단의 연속성이 없고, 외부 위원 선정을 경찰이 하므로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장재성 경찰인재개발원 교수요원은 지난 2019년 '강력범죄 피의자 신상 공개 제도의 법적 문제와 개선 방안'에서 경찰청 인권위원회가 신상 공개를 결정하는 일원화 방안을 제시했다. 피의자 신상공개 요건을 구체화하고 세부 기준은 하위 법령이나 수사기관장이 정하는 위임 규정 신설, 신상공개위원회에서 피의자 의견 진술권 제공 등도 제시했다.
사건이 일어난 뒤 피의자 신상을 공개하는 일보다 빠른 수사와 엄한 처벌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피의자 신상공개를 통해 범죄를 예방하려는 시도는 굉장히 무모하거나 실효적이지 않다"며 "범죄 예방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빠른 적발과 엄한 처벌이라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라고 말했다.
사진/경기교사노동조합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