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중증장애인 탈시설)①'지각능력 0', 중증장애인 C씨가 작성한 퇴소동의서

경기 김포 소재 장애인 시설, 올해 4월 폐쇄
'탈시설' 장애인 중 일부 중증장애인 대화·소통 불가
'퇴소' 이해 못하면서 본인 명의 동의서에 날인까지

입력 : 2021-11-08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올해 4월30일 경기 김포에 있는 한 거주시설이 폐쇄됐다. 정부의 '장애인 탈시설' 정책에 따른 것이다. 70여명 가량 되는 장애인들은 각각 지자체 지원주택으로 흩어졌다. 시설은 이들이 진정한 의사로 퇴소에 동의했다는 본인 명의의 동의서를 받았다. 그 중에는 중증의 지적장애인들도 섞여 있었다. 그러나 이 지적장애인들은 지금 계절이 언제인지, 자신이 있는 나라는 어디인지도 대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었다. 어떻게 된 것일까. <뉴스토마토>가 제보자와 시설 관계자, 관할 지자체 측을 탐문해 실체를 추적해봤다.
 
정부가 장애인들의 거주 선택권과 지역사회 자립생활을 보장하겠다며 추진하고 있는 '장애인 탈시설' 정책이 오히려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기존 시설이 중증 지적장애인들에 대한 퇴소 동의서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잇따르면서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중증장애인 C씨가 지난 2020년 9월1일 본인명의로 B시설에 제출했다는 퇴소 동의서. 그러나 병원 검진 결과 C씨는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태다. 자료제공/제보자
7일 <뉴스토마토>가 입수한 서울 양천구 소재 A사회복지법인의 경기 김포 B시설 무연고 입주민이었던 C씨의 퇴소 동의서를 보면 입소자가 C씨 본인 명의로 돼 있다. 지난해 9월1일 동의서에 날인이 돼있다.
 
하지만 C씨의 의료기록지를 보면 동의서가 진정한 의사표현이였는지 의문이 든다. 인천에 있는 의료재단이 지난 작성한 소견서를 보면 C씨는 뇌성마비에 의한 뇌병변1급 장애인이다. 한국형 간이정신상태검사(K-MMSE) 결과 총점이 0점이다.
 
C씨가 지난 2016년 4월 검사한 한국형 간이정신상태검사 결과표. 자료제공/제보자
 
간이정신상태검사란 인지장애를 측정하기 위한 설문지로 간이치매검사로도 활용된다. 현재 무슨 계절인지, 살고 있는 나라가 어디인지 등의 '지남력'과 비행기·연필·소나무 등의 이름을 묻고 대답하는 '기억등록' 5개 항목 30문항으로 이뤄져 있다. 
 
C씨는 계절, 나라 등 질문에 답을 하지 못했다. C씨를 검진한 병원에서는 "뇌성마비에 의한 사지마비 및 인지기능 저하로 대화가 아예 불가능한 상태"라고 했다.
 
C씨가 지난 2016년 4월 병원으로부터 받은 소견서. 자료제공/제보자
 
C씨와 동일한 날짜로 퇴소 동의서를 작성했다는 D씨 역시 마찬가지다. D씨는 중증의 뇌성마비를 앓고 있지만 역시 가족 행방을 찾을 수 없다. 출생할 때 발생한 뇌성마비로 인해 사지가 마비됐다. 의사소통도 불가능한 상태다. C씨와 같은 병원에서 검사한 K-MMSE 총점 역시 0이다. 소견서에는 "의사소통이 전혀 안 됨. 말하는 것이 안 되고 간단한 지시에도 따르지 못한다"고 돼 있다. <뉴스토마토>가 확인한 결과 C·D씨와 비슷한 경우의 중증장애인들이 몇명 더 있었다.
 
B시설에서 생활하던 중증장애인 D씨가 지난 2016년 3월 검사한 한국형 간이정신상태검사 결과표. 자료제공/제보자
 
D씨가 지난 2020년 9월1일 본인명의로 B시설에 제출했다는 퇴소 동의서. 그러나 병원 검진 결과 D씨 역시 C씨와 마찬가지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태다. 자료제공/제보자
 
 
B시설은 A법인의 탈시설 방침에 따라 지난 4월부터 폐쇄됐고 입주민들은 지원주택 등으로 흩어진 상태다. B시설 종사자 출신인 박모씨 등은 특히 무연고이면서 중증장애인인 입주민들이 동의해서 퇴소했다는 논리에 이의를 제기하는 중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을 들어 박씨의 진정을 기각했다. 시행령은 시설 이용 장애인의 퇴소 등과 관련해 민법에 따른 후견인이나 배우자, 부양의무자인 1촌의 직계혈족이 장애인의 의사를 대신할 수 있다고 정했다. C씨 등과 같이 가족이나 부양자가 없는 장애인의 경우는 장애인의 주소지를 관할하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지명하는 사람이 대행자가 된다.
 
하지만 인권위가 행정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해서 법적으로 깔끔하게 결론이 난 것은 아니다. 후견인 제도 전문 변호사 D씨는 "후견인을 두도록 한 민법과, 후견 절차 말고 다른 방법으로 대리인을 두게 하는 장애인복지법 중 어느 게 우선될지는 해석의 여지가 있다"며 "판례가 나와야 분명해지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동의서의 위조 의혹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양천구는 지난해 9월 퇴소에 대한 가처분 소송과 11월 본안 소송에 임하면서 C·D씨 등의 동의서를 A법인으로부터 받아 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 그런데 가처분 소송 동의서에는 장애인 도장이 빠져있고, 본안 소송 동의서에는 도장이 포함돼있다.
 
이에 대해 양천구와 A법인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양천구 관계자는 "소송 담당한 직원이 휴직을 내 지난 7월부터 새 직원이 일하고 있는 상태"라며 "시설이 제출한 문서대로 제출했기 때문에 양천구가 대답해줄 것은 전혀 없다"고 답변했다. A법인 관계자는 "제출한 서류의 버전이 한가지라는 말만 하겠다. 양천구청에 물어볼 일"이라며 "의혹 제기하는 쪽이 근거를 대라"고 말했다.
 
이외에 B시설에서는 2015년 특정 장애인을 퇴소시키면서 입퇴소판정위원회에 참석하지도 않은 직원 1명의 동의 사인을 대리로 적어넣은 의혹도 있다.
 
이에 대해 당시 A법인 관계자는 "그런 일 없었다"며 "자꾸 문제제기하려고 하니깐 본질과 상관없는 소소한 절차를 가지고 마치 문제가 있는것처럼, 착시를 만드는 것"이라고 발끈했다. A법인의 현재 관계자는 "직원들에게 물으니 6년이나 지난 관계로 대부분이 해당 직원의 참석 여부를 기억하지 못했다"며 "당사자에게는 물어보면 압박한다고 느낄 거 같아 묻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전국장애인거주시설 이용자 부모회의 김현아 공동대표가 지난달 29일 서울시청 앞에서 탈시설 반대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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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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