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발언을 접한 민주당 의원들의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이렇게 유유자적한 분위기는 처음 본다", "후보만 죽어라 뛴다", "비상사태라도 선포해야 할 상황" 등 선대위를 향한 수위를 가리지 않은 질책이 전해진 데 따른 강한 불쾌감이다.
선대위에서 중책을 맡은 3선의 모 의원은 18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말을 해도 참 싸가지 없게 한다"며 "다들 부글부글한다. 오늘 아침 만난 의원들 입장이 하나같이 똑같더라"고 전했다. 그는 "선배들도 있고 한데 말을 가려서 해야지, 그게 조언이냐. 마치 야단치는 것처럼 그게 뭐냐"며 "그럴 거면 선대위에 들어오든지, 밖에서 팔짱 끼고 있으면서 할 말이 아니다"고 했다.
재선의 또 다른 의원은 "컨트롤타워가 없다고 말했던데 광흥창팀을 만들자는 얘기냐"며 "당의 공식 라인을 제치고 비선에서 뭘 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했고, 다른 재선 의원은 "이재명 후보의 뜻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양 전 원장과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같이 일했던 한 의원은 "마치 뭐가 되는 것처럼 초선들 모아놓고 호되게 질타하고 또 초선들은 그걸 가만히 듣고 있고, 이게 정상이냐"며 "당의 기강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고 했다. 3선의 한 의원은 "후보가 들으라고, 후보에게 잘 보이기 위해 대놓고 지른 것 같다"며 "정말도 대선을 걱정한다면 기자들 앞에서 그리 말하는 게 아니다"고 했다.
양 전 원장은 앞서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인재영입-비례대표 의원모임 간담회에 참석해 현재 선대위 분위기에 대해 "이렇게 유유자적한 분위기는 우리가 참패한 2007년 대선 때 보고 처음 본다"며 "의원들 간의 한가한 술자리도 많고, 누구는 외유 나갈 생각하고 있고, 아직도 지역을 죽기 살기로 뛰지 않는 분들이 더 많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후보만 죽어라 뛰고, 책임이 있는 자리를 맡은 분들이 벌써 마음 속으로 다음 대선, 다음 당대표나 원내대표, 광역단체장 자리를 계산에 두고 일하는 것은 도대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과거 한나라당이 천막당사를 하던 마음으로, 후보가 당내 비상사태라도 선포해야 할 상황"이라며 "당 전체가 해현경장(느슨하게 늘어진 활시위나 악기의 줄을 다시 조여 팽팽하게 함)해야 겨우 이길까 말까"라고 말했다.
2020년 4월17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서울 여의도 민주연구원에서 업무를 본 뒤 건물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