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그래서 천공은 지금 어떻게?

입력 : 2025-12-24 오전 6:00:00
이재명 대통령이 대통령실을 용산에서 청와대로 다시 옮겼습니다. 윤석열씨가 청와대를 떠나 용산으로 집무실을 이전한 지 3년7개월 만입니다. 지난 2022년 3월 대통령 당선자 신분이었던 윤씨는 느닷없이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두겠다고 발표하더니 속전속결로 이전을 강행했습니다. 제대로 일하는 정부 구현, 국민과의 소통 강화, 권위주의 청산 등의 명분으로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윤씨가 집권하는 동안 실제 행보는 불통 논란, 권위주의적 행태의 반복이었습니다. 결국 그는 12·3 계엄을 일으키고 대통령직에서도 파면되는 '몰락의 길을 걸었습니다. 
 
그런데 윤씨가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옮기기로 결심한 데는 그것을 부추긴 사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윤씨가 국민과 소통하지 않고 권위주의적으로 '마이웨이'를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것도 "그렇게 해도 된다"며 바람을 넣어준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윤씨에게 헛된 자신감을 불어넣은 장본인으로 가장 먼저 꼽히는 인물은 천공입니다.
 
천공은 윤씨가 21대 대통령에 취임할 무렵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윤석열은 하늘이 정한 대통령"이라고 했습니다. 천공은 또 "용산이 힘을 쓰려면 용이 여의주를 들고 와야 한다. 용은 최고의 사람이고, 여의주는 법"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윤석열·김건희씨 부부가 대선 이전부터 천공의 강연을 듣고 그에게 심취했다는 점, 윤씨가 대통령실을 굳이 용산으로 옮겼다는 걸 감안한다면 천공의 발언을 가볍게 넘기기 어렵습니다.
 
천공은 윤씨가 대통령에 취임 뒤에도 국정 관련 영상을 유튜브에 반복적으로 올렸습니다. 실제로 과거 천공과 함께 활동했던 한 인사는 지난해 <뉴스토마토>와 만나 "천공은 윤씨가 필요한 것, 사회 이슈가 될만한 걸로 강의를 하고 영상을 올린다"며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천공이 윤씨의 대통령 취임 이후 국정분야 강연을 자주 하는 건 윤씨의 국정수행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주장입니다. 천공도 윤씨가 자기 강연을 본다는 취지로 말한 바 있습니다. 천공은 2022년 5월26일 '홍익사행도 이념-윤 취임사 세계의 시민들'이라는 강연에서 "윤씨가 대통령 취임사에서 '세계의 시민들'이라고 했다"며 "정법 가족이 (이걸) 듣는 순간 '대통령께서 스승님 법문을 들었구나'(라며) 전율이 일었을 것"이라고 했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천공은 12·3 계엄으로 윤씨가 파면되고 구속돼 재판을 받는 와중에도 자신의 '예언'이 틀렸다고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유튜브채널을 통해 계속 강연 영상을 올리고 있습니다. 윤석열씨가 관저에서 매일같이 술을 마시고 삼청동에서 계엄을 획책할 때, 김건희씨가 명품 가방을 받고 공천 등에 개입할 때 천공은 무엇을 했을까요. 그럼에도 아직까지 그는 마치 우주 삼라만상이 자기 뜻대로 움직이고, 세상 모든 진리에 대해 통달한 것처럼 말합니다. 정작 당장 1년 앞도 내다보지 못한 게 바로 천공입니다.
 
천공은 지금 이 순간에도 선량한 시민들을 감언이설로 꾀어내고 있습니다. 이대로 그냥 두고 볼 일인가요? 2023년 2월3일, 윤석열정부 대통령실은 <뉴스토마토> 기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천공이 용산 대통령 관저 선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입니다. 고발된 지 벌써 3년이 다 돼가고 있습니다. 그해 8월 이 사건은 '기소 의견'으로 경찰에서 검찰로 송치됐습니다 하지만 본지 기자들은 아직 검찰로부터 조사를 받으라는 등의 어떤 연락도 받지 못한 상태입니다. 이쯤 되면 검찰이 천공이든 본지 기자들이든 누구라도 한번 불러야 하지 않을까요. 천공이 요즘은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서라도 말입니다.
 
최병호 뉴스토마토 공동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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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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