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서방국가들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외교적으로 보이콧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반쪽짜리 올림픽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가 전직 부총리로부터 성폭행당했다는 폭로 글을 올린 뒤 행방이 묘연해진 사건이 촉매제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올림픽을 정치화하지 말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미국에 이어 캐나다, 영국도 내년 2월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외교적 보이콧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중국의 올림픽 개최에 빨간불이 켜졌다. 앞서 미국은 지난 18일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의 인권 유린 문제를 거론하며 베이징 올림픽의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은 올림픽에 선수단을 보내되 관행적으로 해왔던 정부나 정치권 인사들로 꾸려진 사절단은 파견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보이콧 사유는 중국 정부의 신장·위구르 지역 인권탄압 등에 항의하기 위한 것이다.
앞으로 서방 국가의 보이콧 릴레이가 이어질 가능성은 높다. 미국이 보이콧을 G7 외교적 의제로 다루고 있고, G7회원국들과 캐나다 호주, EU(유럽연합) 국가 등은 중국 인권문제를 비판해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백악관 루스벨트 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 정상회담을 하면서 시 주석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영국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외교적으로 보이콧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중국의 인권 문제를 비판했다가 중국 정부의 제재를 받은 영국 보수당 소속 정치인 5명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요구하는 서한을 존슨 총리에게 보내기도 했다.
국제인권단체들도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중국 당국의 신장위구르족 인권 탄압에 대한 책임을 물어 베이징 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단체는 이번 올림픽을 ‘집단 학살 게임’으로 규정하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개최국을 변경하거나 올림픽 일정을 연기하라고 압박해 왔다.
베이징올림픽 보이콧과 맞물려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의 신변 안전 논란도 국제적 이슈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전직 부총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이 사라지고 행방이 묘연해지며 중국 내 인권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다.
지난주 중국 관영매체들은 펑솨이의 메일과 최근 모습이 담긴 사진 및 영상을 공개했고, 21일(현지시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펑솨이가 토마스 바흐 위원장과 영상 통화를 했다는 성명을 냈지만, 그의 신변 문제에 대한 의혹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러나 세계여자테니스협회(WTA)와 미 백악관, 영국 외교부 등은 끈질기게 펑솨이의 안전과 관련, 검증 가능한 증거를 제시하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
중국은 서방국가의 올림픽 보이콧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는 22일 미국을 포함한 세계 모든 나라 선수들은 (올림픽을) 기다리고 있다"며 올림픽을 정치화하면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지난 19일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미국의 신장 위구르 인권 지적에 대해 “신장 문제는 순전히 중국 내정으로 어떤 외부세력의 간섭도 용납하지 않는다”며 “스포츠를 정치화하는 것은 올림픽 정신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중국 소수민족 인권 단체가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중계를 반대하며 세계 주요 방송사에 공개서한을 보냈다. 사진은 지난 2월 3일(현지시간) 베이징동계올림픽을 반대하는 망명한 티베트인들이 시위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