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벤처·스타트업계가 벤처 복수의결권의 연내 국회 통과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혁신을 위해 복수의결권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반대하는 쪽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4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복수(차등)의결권에 대한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김병연 건국대 교수, 박상인 서울대 교수,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부소장, 김우찬 고려대학교 교수. 사진/뉴시스
벤처 복수의결권은 창업자에게 일반 주주보다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주식 1주당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창업자가 의결권을 많이 갖고 있게 되면 사업 방향을 창업자가 원하는 대로 끌고 가기에 유리하다.
지난 2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전체회의를 열고 벤처·스타트업의 복수의결권 도입을 담은 벤처기업육성에관한특별조치법 개정안을 상정했지만 결국 불발됐다. 향후 복수의결권 확대로 인한 대기업 악용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있어 다음 달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벤처 복수의결권은 수년 전부터 관련 업계가 필요성을 주장해 온 법안이다. 그러나 계속 좌초되다 쿠팡 뉴욕증권거래소 상장과 제2 벤처붐을 타고 다시 급물살을 타게 됐다.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취임 당시부터 벤처 복수의결권에 통과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권 장관은 비상장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복수의결권이기 때문에 복수의결권에 반대하는 이들이 주장하는 우려와는 거리가 멀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아울러 청년 창업 활성화와 벤처붐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복수의결권이 전제가 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쿠팡의 경우 지난 3월 미국 상장으로 복수의결권을 갖게 됐는데, 복수의결권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끄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쿠팡 관계자는 “투자금으로 성장하는 스타트업이 자본에 잠식되지 않고 혁신을 이어가려면 복수의결권이 당연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타서 연내에 벤처 복수의결권 통과가 가능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한 스타트업 단체 관계자는 “생태계 입장에서 양쪽 다 논리가 있으나 어느 정도 선에서 타협을 봐야할 것”이라며 “쿠팡이 분위를 전환시켜줬고 2년 전에 비해 스타트업 자본도 많아졌고 여러 전반적인 분위기를 볼 때 복수의결권도 통과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부작용도 항상 있게 마련”이라며 “대기업으로 번질 우려는 너무 멀리 본 것이고, 창업자들 가운데 위험한 인물도 있고 어느 정도 견제 장치가 필요할 수도 있는데 복수의결권을 갖게 되면 이것이 쉽지 않을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들은 한시라도 빨리 복수의결권이 통과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오랫동안 논의해 왔고 반대쪽 의견 등 필요한 의견 청취는 다 끝난 상태”라며 “최대한 빨리 통과되길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개정안에는 보완장치가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악용 가능성이 없고 막연한 우려로 반대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스타트업의 다양한 성장 경로 중 하나를 확보해주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성장을 위해서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