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중심으로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면서 관련 제도 정비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정작 법과 제도를 만들어나가는 국회와 정부가 현상조차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디어 업계의 산업적 측면을 간과한 상태에서 규제와 지원책을 마련하다보니 제대로 된 현실 진단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노동환 콘텐츠웨이브 정책협력부장. 사진/온라인 생중계 화면 갈무리
노동환 콘텐츠웨이브 정책협력부장은 3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디어 환경변화에 따른 국내 미디어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 세미나'에서 "글로벌 OTT가 시장 참여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시장 구조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현실을 진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최근 방송법 개정이나 시청각미디어서비스 제도 도입, 콘텐츠 대가 산정 개선 등 미디어 산업을 위한 정책 개편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미디어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을 세세하게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 부장은 "OTT 시장이 성장하면서 지식재산권(IP) 거래 시장과 시각효과(VFX) 산업 등 보이지 않는 연관 산업도 성장한다"며 "하나의 산업이 그 산업군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전방위적인 미디어 영향을 고려해 규제와 지원을 실효성 있게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부장은 최근 인앱결제 강제방지법이 우리 국회를 통과하며 전 세계적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는 빅테크 규제법 사례를 들었다. 노 부장은 "미국 하원이 반독점 금지법을 만들 때 작성한 보고서가 600페이지가 넘는다"며 "하나의 정책을 만들기 위해 국회가 몇 년간 시장 참여자를 인터뷰하고 보고서를 기반으로 시장의 문제점을 찾아 제도를 확립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도 각 산업군 규제에 대한 영향력 평가 보고서가 있어야 한다"며 "패스트트랙으로 고칠 규제는 무엇이고, 장기적으로 개선할 규제는 무엇인지 선별 작업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용 LG헬로비전 전무. 사진/온라인 생중계 갈무리
윤용 LG헬로비전 전무도 정부가 문제와 원인을 보는 시각에 따라 대응책이 달라진다며 유료방송 대가산정 관련 '선계약 후공급' 문제를 언급했다. 콘텐츠사업자(PP)는 제값을 받지 못하고, 플랫폼 사업자는 부실 PP와 계약을 해지하지 못하면서 250개가 넘는 PP와 플랫폼 사업자 간 계약 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선계약을 맺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윤 전무는 유료방송까지 공익적 측면을 강하게 규제한 결과, 시청권 보호라는 명분 하에 계약 자율성을 옭아맨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선공급 후계약을 못하게 막는 규제가 필요는 하겠지만, 이 문제를 일으킨 사전의 많은 백그라운드, 원인이 있다"며 "현 문제를 새로운 규제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나"고 일침을 던졌다. 그는 "방송 시장을 공영 방송과 유료(민영) 방송으로 정말 나눠 생각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김혁 SK브로드밴드 미디어컴퍼니장도 "공영 방송은 지원을 받아 시장의 영향을 안 받도록 하고 나머지는 치열하게 경쟁하도록 해야 하는데 이걸 구분 못 하고 어떨 때는 시장주의, 어떨 때는 공익을 말하다보니 서로 싸움만 난다"고 말했다.
미디어 환경변화에 따른 국내 미디어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 세미나. 사진/온라인 생중계 갈무리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