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국민의힘 원로들이 윤석열 대선후보와의 오찬 자리에서 이준석 대표의 잠행 관련해 "찾아가라", "말도 안된다" 등 심각한 의견 대립을 보였다.
윤 후보는 2일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의 한 음식점에서 신경식·황우여·안상수·김무성·목요상·김종하 등 당 상임고문들과 오찬 회동을 가졌다. 윤 후보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당 원로들에게 조언을 구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지만, 시작부터 이 대표의 잠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신경식 고문은 윤 후보에게 "김종인씨하고 이 대표, 두 사람 때문에 우리 당이 여러 가지로 상처를 입고 있다"며 "윤 후보가 이 두 분을 끌어안고 같이 나가지 못할 때는 이게 마치 포용력 없는, '그저 법대로 검찰에서 법을 휘두르던 성격을 가지고 정치를 한다'고 해서 잃어버리는 표가 상당히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 고문은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께서 후보가 되셨을 때 박태준 전 의원이 발을 빼고 고향 거제로 내려갔는데, 그때 윤 후보 못지않게 바쁜 시간인데도 모든 걸 다 떨치고 (김 대통령이)새벽 차로 내려가서 아침부터 (박 전 의원 본가)마루에 앉아 있었다. 그래도 안 오니까 다시 서울로 왔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신 고문은 "박 전 의원 본가 마루에 앉아있는 YS 모습이 보도되니까 YS에 반감을 가졌던 사람들, 과거 민정계에 정을 두고 있던 사람들이 서서히 방향을 바꿔 김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데 모두 동참했다"며 "지금 김종인과 이준석, 두 분이 후보보다 더 많이 언론을 탄다"고 지적했다.
신 고문은 "한 발 더 내다보고 아무리 불쾌하고 불편하더라도 꾹 참고 당장 오늘 밤이라도 이 대표가 묵고 있다는 어디 경상도 바닷가라도 찾아가서 같이 하자(고 하라)며 "그래서 서울로 끌고 올라오면 아마 내일부터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자 곧 고성이 튀어나왔다. 권해옥 고문은 "뭘 찾아가냐"라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도 높은 비난 언사에 주변 인사들이 권 고문을 말렸다.
신 고문은 "그렇게 하지 말라는 거냐"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신 고문은 "하여튼 윤 후보는 마음에 들든 안 들든 전부 내 편으로 만드는 게 지금 중요하다"며 "인기란 건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고, 지금도 벌써 초판하고 많이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신 고문이 발언을 마치고 김병민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이 "권 고문 말씀까지 청해 듣고 비공개로 하겠다"고 하자, 김무성 고문도 "비공개로 해, 비공개로"라며 비공개로 돌릴 것을 촉구했다.
한편, 이날 상임고문단 오찬이 있었던 옆 방에는 공교롭게도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개인 일정으로 식당을 찾아 앉았다. 윤 후보는 오찬을 마친 뒤 김 전 위원장과 인사를 나눴다. 윤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위원장이)고등학교 동창 친구분과 둘이 식사하고 계신다"며 "뭐 비공개로 말씀해주신 얘길 공개하면 안 되지 않냐"고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오찬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