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중국의 10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양광(陽光) 100이 채무불이행(디폴트)을 공식 선언했다. 앞서 업계 2위 헝다(恒大·에버그란데) 위기로 촉발된 중국 부동산 업체 줄파산이 대형업체 전반적으로 불거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양광100은 만기가 도래한 원금 1억7900만달러(약 2117억원), 이자 890만 달러(약 105억원) 규모의 이자를 상환할 수 없다고 공시했다. 이 회사는 지난 8월 올해 만기 채권의 원금 및 이자를 상환할 능력이 없다고 예고한 바 있다.
양광100은 톈진(天津)시 외곽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건설해 유명해진 업체로, 중국 100대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2000년 설립 이후 매년 30% 성장하며 10대 부동산 업체에 이름을 올렸다. 양광은 이날 “거시경제 환경과 부동산 산업 등 여러가지 상황이 야기한 유동성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중국 베이징의 아파트 건설 현장 모습. 사진/뉴시스
블룸버그는 중국 부동산개발사들의 위기가 양광100에 그치지 않는다고 전했다. 헝다그룹도 앞서 지난 3일 “2억6000만 달러(약 3075억원)의 채무를 상환하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하지만 상환이 어려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헝다는 계열사인 징청이 지난달 달러채 이자 8249만 달러를 지급하지 못했는데, 30일간의 유예 기간을 부여받았다. 또 이달 28일 갚아야 할 2억4300만 달러 상당의 달러채 이자를 비롯해 전체 7건의 상환이 기다리고 있다.
중국 25위 규모의 부동산 개발업체 자자오예 역시 7일 4억 달러(4700억원) 달러 채권 만기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디폴트를 선언할 수밖에 없다. 자자오예가 18개월 지급 유예를 요청했지만 과반 이상 채권 보유자는 이를 거부하고 있어 디폴트가 불가피하다.
블룸버그는 올 들어 중국 내 부동산개발업체의 디폴트 리스크가 증가하고 있을 뿐 아니라 리스크가 대형 부동산개발업체로 전이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부동산 업계의 자금 난은 중국 정부가 '공동부유' 정책 기조에 따라 자금줄을 옥죄면서 촉발됐다. 공동부유는 부의 분배에 초점을 맞춰 "질서 없는 성장을 멈추고 더불어 잘 살자"는 중국의 국정 기조다. 현지 당국은 그동안 부동산 개발사들이 대규모 차입금을 바탕으로 무분별한 개발을 진행해 부동산 가격을 폭등시켰다고 보고 대출 규제를 실시했다.
돈줄이 옥죄지자 헝다그룹을 시작으로 여러 부동산 개발사들이 연쇄 디폴트 위기에 처했다. 일부 부동산 개발사는 자산 매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려고 했지만, 부채가 높은 부동산 개발사를 인수하면 부채비율이 늘어날 것을 우려한 기업들은 인수를 꺼리고 있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30%에 육박한다. 그러나 중국 100대 부동산 개발업체의 11월 신규 부동산 판매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5% 줄어든 7510억 위안(약 139조원)에 그쳤다.
중국 인민은행과 증권감독위원회 등은 부동산 업체의 디폴트가 경제시스템 문제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중국 부동산 기업 전반의 현금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아시아 연구 책임자 루이스 퀴즈는 “중국에서 (헝다 사태를 수습하지 못해) 부동산 위기가 계속 이어지면 내년 4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3.0%까지 떨어질 것”이라며 “세계 경제성장률도 0.7% 포인트 낮아진다”고 내다봤다.
중국 베이징에 보이는 헝다그룹 신주택 개발 전시실 건물.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