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정의당과 국민의당이 기득권 양당 체제를 비판하며 '제3지대 공조'에 나섰다. 정치노선과 지지기반이 다른 양당의 연대가 과연 얼마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제3지대가 독자후보를 내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보다 일종의 '고춧가루' 역할로 여야 접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충분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다음 대통령이 해야 할 시대정신과 과제를 또렷이 부각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전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회동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이번 대선이 양당 기득권을 지키는 대선이 돼서는 안 되고 민생을 지키고 미래를 여는 대선이 돼야 된다"며 "그러려면 정치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지난 21대 총선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위성비례정당 창당 꼼수로 피해를 본 뼈아픈 경험이 있다.
여의도 정치권에선 '대중적 진보정당'을 지향하는 정의당이 국민의힘과 합당 직전까지 간 국민의당과 공조를 시도하는 것은 일종의 자충수가 될 것이라는 부정적 시선이 만만치 않다. 정의당은 문재인정부 들어 민주당과의 공조에 치중하다 제 목소리를 잃은 경험이 있다. 특히 조국 사태에서 입을 닫고 여론 눈치를 살피다, 진보진영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후 전열을 재정비, 독자노선을 강화하는 한편 차기 대선에서도 단일화나 중도사퇴 없이 완주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만 왜 연대 대상이 안철수 후보인지, 국민의당인지에 대해선 설득력 있는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결국 세 확장에만 치중한 나머지 방향을 잘못 설정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심 후보도 이를 의식, "서로 노선 차이가 있고 또 지지기반도 차이가 있는데 후보들이 그런 것을 무시하고 막 나가는 것을 국민이 지지하는 않을 것"이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참여정부 시절 민주노동당의 대약진 사례를 들어, 정의당이 진보적 목소리를 내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비판적 지지를 보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심 후보는 기본적으로 이 후보가 대선후보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입장이다. 심 후보는 "(이 후보의 말과 공약 등이)너무 많이 바뀌고 자주 바뀐다"며 "또 이런저런 사과를 너무 많이 하는데, 후보 자격은 있는가"라고 날을 세웠다.
결국 정의당과 국민의힘 공조는 한 표가 아쉬운 거대 양당 후보에게 정치개혁 공약을 압박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내부 집토끼 단속과 함께 핵심 승부처인 중도층 표심잡기에 여념이 없다. 갈 곳을 잃은 청년세대 표심도 이번 대선의 최대 승부처 중 하나다.
지난 19대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는 699만8342표(21.41%), 심상정 후보는 201만7458표(6.17%)를 획득하며 상당한 파괴력을 보였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안 후보는 중도보수, 심 후보는 진보진영 표심에 일정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까지 정치개혁을 고리로 '제3지대'에 합류한다면 그 파괴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오른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로 회동을 갖기 위해 각각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