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반려동물의 생명을 경시하는 일부 경향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무엇보다 법이 생명이 아닌 '물건'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민법 조항 신설안이 국회에 계류중이다. 동물 보호 강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 확산에도 현행법이 여전히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한다는 지적에 따라 정부가 지난 10월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현행 폐기물 관리법은 '동물의 사체'를 생활폐기물로 분류한다. 민법 신설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이긴 하지만 같은 대상을 두고 법률간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생활폐기물은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려야 한다. 실험실이나 동물병원에서 죽은 동물은 의료폐기물 전용 용기에 담겨 처리된다. 만일 반려동물을 마당이나 산에 묻거나 소각하면 생활폐기물법 68조에 따라 1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반려동물을 위한 장묘시설을 이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된 동물장묘업체는 59곳에 불과하다.
사모예드견 '하루'를 4년째 키우고 있는 김대휘씨는 종량제 봉투 폐기 조항에 대해 "슬프고 달갑지 않다"면서도 "법이 그런 상황인데 어쩔 수 없지 않겠느냐"고 쓴웃음을 지었다.
일각에선 현행법상 죽은 동물을 쓰레기로 규정하는 조항을 그대로 둬선 안 된다는 문제제기가 나온다. 동물을 물건으로 다뤄서는 안 된다는 시대 흐름에 역행하고 정서적으로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반려동물 문화 확대와 정서적 유대로 인간 정서에 영향을 주고 있고 사회적으로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대하는 인식이 있다"며 "아무리 죽은 몸이지만 처리 방식이 쓰레기와 같다면 '정서 충돌'이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반려동물을) 가족과 같이 느꼈던 점과 쓰레기로도 버릴 수 있다는 점이 정서적인 충돌이 된다"며 "이중적 잣대로 위험하게 동물을 인식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면에서 반려동물을 의무적으로 화장 처리할 수 있는 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장묘 서비스 접근성과 비용에 대한 정책적 지원도 조언했다.
권유림 법무법인 율담 변호사는 "민법 개정으로 동물이 제3의 지위를 갖게 된다면 이런 세부 법령도 개정되지 않을까 싶다"며 "동물은 물건이라는 전제 아래 규정돼 있기 때문에 물건이 아니라고 명시하면 이런 부분에 대한 개정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노원구 등나무문화공원에서 '2021 노원에서 반려동물과 함께(노원반함)’라는 주제로 열린 반려동물과 반려인을 위한 문화축제에서 반려견들이 캐리커처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