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갑툭튀라구요?"

입력 : 2021-12-14 오전 6:00:00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
2030이 내년 대선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각 진영은 구애에 열심이다. 속이 빤히 보이지만, 지금이라도 그러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 다만, 그들을 바라보는 시각의 정확성에 대해서는 숙고가 필요하다. (행정안전부 통계로, '21년 11월말 현재 2030(18세~39세)은전체 유권자의 33%, 60세 이상은 29%다. 40대와 50대는 각각 19%. 투표율의 중요성이 확인된다).
 
2030에 대한 여러 담론 중 선뜻 동의가 안되는 것은 그들을 기성 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신인류'로 치부하는 견해다. 그들을 길러낸 부모가 곧 기성 세대고, 그들이 자란 토양이나 환경은 기성 세대가 만들어놓은 울타리 안이다. 그러므로 신인류라는 관점은 본질적으로 착각이거나, 그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자백에 다름아니다.
 
그들의 요구는 선명하다. 적어도 출발선은 공정하고 평등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력이나 능력이 달라서 결과가 다른 건 인정하지만 출발선과 기회는 균등해야 한다'는 주장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자, 어느 세대건 동의 못 할 이유가 없다. 왜 그들은 기회균등에 목숨을 걸까. 첫 사회 생활인 학교에서부터 이전 세대와 매우 달랐다는 점을 놓치면 안된다. 얼핏 보면 출생자 격감으로 경쟁이 약해졌을 것 같지만, 그들은 이전 세대보다 더 심한 경쟁에 더 일찍 노출됐다.
 
초등 때 부터 어른들도 버거운 각종 수행평가를 해내야 했고, 생활기록부가 내신성적과 입시에 반영됐다. 아주 일찍부터 옆자리 짝꿍을 벗 보다는 경쟁자이자 적으로 인식할 수 밖에 없었기에, 기회균등은 그들에게 한 맺힌 요구다. 최순실씨 딸 정유라양의 대학 특혜입학에 격분해 일어섰고, 이것이 국정농단 규탄 촛불집회의 서막이었다.
 
2030이 처절하게 느낀 절박함을 관통하지 못하는 한, 온갖 방책과 공약은 수박 겉핥기다. 좋아하는 음악이나 옷, 문화, 라이프 스타일이 생경하대서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마저 다를 것이라고 짐작하는 거야말로 소통 단절의 시작이다. 자신들의 성취나 미래가 각자의 노력이 아니라 부모나 조부모의 경제력·정보력·네트워크 등에 영향받는다고 생각해보라. 그들의 분노는 너무나 당연하다.
 
또 다른 특징. 그들은 '정치 효용'을 아주 일찍 체험했다는 점이다. '08년의 전국적 광우병 촛불시위에 부모 손 잡고 나와도 봤고, 광우병 촛불 뉴스를 어른들만의 얘기가 아니라 자신들의 이야기로도 인식했다. 그 때 초중생들이 현재 2030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16년 말부터 반 년간 지속된 국정농단 규탄 촛불집회도 이들에게는 생생한 정치 교실이었다. 지난 6월 국민의힘 대표로 이준석씨가 당선되는 과정에 2030이 의미있는 수준으로 참여했고 '이준석 신드롬'이 일기도 했던 건 주지의 사실이다.
 
이렇듯 2030은 정치적 발언과 참여가 생소하지 않다. 지난 4·7 재보선 때 20대 여성 투표율이 79%나 됐다는 출구조사 결과는, '젊은이=정치적 무관심층'이라는 정치학의 정설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2030은 갑자기 툭 튀어나온 돌출 세대가 아니며, 자신들의 요구와 욕구에 대해 솔직히 발언하고, 바르지 않다고 느끼면 즉각적으로 명확히 거부하는 게 특징이자 파워다. 2030에서 심상정·안철수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오는 것도 그 연장선에서 추론 가능하다.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심·안 후보에 대한 평균 지지율은 각각 5% 선이지만, 2030에서는 각각 12% 정도 잡힌다. 두 배가 넘는다. 2030에게는 보수·진보라는 편의적 이분법의 기속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대선이 석 달 앞이다. 대개들 경험했겠지만, 시험 앞둔 벼락치기는 효과가 별로다. 각 진영이 경쟁적으로 내미는 구애의 손짓, 미안하지만 벼락치기같다.
 
민주당에서는 고3 학생을, 국민의힘은-결국 여론의 비판에 사퇴당했지만-30대 시민을 공동선대위원장에 임명했다. 이들이 잔칫상 '웃기'로 끝나는 것은 아닐지 염려하는 건 필자만일까.
 
그들을 무대에 세우고 사진 한 장 찍는 걸로 끝난다면, 발언권과 활동 공간 주지 않고 '모델'로 놔둔다면, 2030은 지지 철회에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강력 반발하며 바로 '안티 운동'에 나선다. 그게 2030의 반응법이자 행동 양식이다. 내로남불과 쇼를 태생적으로 싫어한다. 그들로 하여금 그런 인식 틀과 행동 양식을 갖도록 한 건 다름 아닌 부모와 사회, 즉 기성 세대다.
 
2030은 앞으로도 계속 나온다. '갑툭튀'가 아니라 우리의 거울이자 가보지 않은 미래라는 점을 '과학적'으로 인식해야 한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pen3379@gmail.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박주용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