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주5일제 하면 나라 망한다더니…민간기업들, 주4일제 도입 잰걸음

대선 후보들, 주4일제 필요성 언급 '눈길'
미국·유럽은 이미 정착단계…일본, 급여삭감 조건부 추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노동 유연화 공감대

입력 : 2021-12-14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해외 주요 국가에서 주 4일 근무제 도입에 나서는 가운데 우리나라 기업들도 관련 제도 도입에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10년 전 주 5일 근무제 도입 당시 "나라가 망한다"며 난색이던 분위기와 사뭇 다르다. 차기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도 주 4일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해외에서는 주 4일제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유럽에서는 프랑스와 덴마크, 네덜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영국, 독일, 아이슬란드 등이 주당 35∼37시간 내외의 주4일제를 시행 중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주4일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민주당 소속 마크 타카노 하원의원은 같은 당 의원 13명과 ‘주 32시간 근무법’를 발의한 바 있다. 이 법안은 미 의회 진보코커스의 지지를 받으면서 의회 통과에 힘을 받고 있다.
 
현재 미국은 주 40시간 근무를 법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32시간 초과 근무에 대해선 수당을 지급하자는 방식이다. 미국 민간 기업의 25% 이상은 이미 주4일제와 유사한 방식의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 역시 집권당인 자민당이 ‘선택적 주4일제’ 추진을 공식화한 바 있다. 희망 직원에 한해 주중 4일 근무를 허용하면서 급여를 10~20% 가량 삭감하는 방식이다.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는 가이드라인까지 마련하며 주4일제 시행을 적극 반기고 있다.
 
6일 정의당 심상정 대통령 후보가 주 4일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는 에듀윌을 방문해 임직원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우리나라도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주 4.5일제 또는 주 4일제가 시행 중이다. 종합교육기업 에듀윌은 주4일 근무제를 운영하는 대표적인 국내 기업이다. 지난 2019년 6월 주4일 근무제를 도입한 이후 현재까지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성공적으로 운영하며 주4일 근무제를 정착시켰다. 에듀윌 임직원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중 하루를 ‘드림데이’로 지정해 자유롭게 쉴 수 있다. 임직원들의 임금은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된다.
 
배달플랫폼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숙박플랫폼 '여기어때'를 운영하는 여기어때컴퍼니는 월요일 오후에 출근하는 주4.5일제를 시행하고 있다. 모바일게임업체인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4월부터 격주로 주 4일제를 시도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신한은행 노조가 주 4.5일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일주일에 4일 출근하고 3일 쉬는 ‘주 4일제’ 도입에 앞서 주 4.5일제를 먼저 시행하자는 것이다. 
 
경영계 전반에 주 4일제를 도입하기는 난관이 많다. 경영자총협회 등 재계에서는 주 4일제 전면 시행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근로시간이 단축돼 비용 부담을 발생시키고, 고용 창출로 연계되지 않을 가능성 있다는 것이다. 주 52시간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4일제 도입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있다.
 
주 4일제에 앞서 10년 전 5일제 근무제 도입 당시에도 재계의 반대는 강렬했다. 주 5일 제 법안이 2003년 통과되고도 2011년 시행되기 까지 무려 8년이 소요됐다. 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5개 경제단체는 ‘삶의 질 높이려다 삶의 터전 잃습니다’라는 광고를 일간지에 게재하기도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주 4일제 논의와 관련해 “주6일제에서 주5일제로 오는 데도 10여년이 걸렸다. 잘 안착하려면 충분한 공감대가 먼저인 것 같다”며 “논의 과정이 막 시작 단계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오는 대선을 앞두고 일부 후보는 주 4일제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일부 선진국들은 주 27시간을 추진할 정도로, 노동시간 단축은 언젠가는 미래에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고 했다. 다만 이 후보가 주 4일제를 정식 대선 공약으로 택한 것은 아니다.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는 대선 공약으로 ‘주 4일 근무제’를 1호 공약으로 내세웠다. 심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분야별, 노동 형태별로 대표 사업장을 지정해 1년6개월 동안 주4일제를 시범 적용하겠다”고 했다. 또 주 4일제 시행을 준비하기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자영업자, 양대 노총,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 특수고용직 등이 모두 참여하는 시민본부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에서 직장인들이 출근중이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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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진 기자